크리스마스를 맞아 인도의 아이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었다. 지난번 배편으로 보낸 필통이 모자라 필통 속의 모든 문구류를 꺼내 한 명씩에게 나눠줘도 부족했다는 소리를 듣고 속이 좀 상했다. 못 받은 아이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괜스레 주고도 미안했다. 그래서 한 명도 빠짐없이 줄 수 있는, 하지만 가성비는 좋아야 하는 선물을 고민하며 생각하니 츄파춥스 막대 사탕이면 가능할 듯싶었다.
생각나면 바로 추진하는 성격, 아무리 작은 사탕이라도 천명이 넘는 인원이면 나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비용이다. 그래서 매달 후원하시는 좋은 분들에게 구구절절 사정을 보내며 동참해 달라 부탁했다. 착하다고 말하는 것도 부족한 사람들. 너무 좋다며 바로 송금해 주셨다. 그런데 통장을 보니 금액이 너무 올라있었고 다음 날 확인해 보니 한 분이 거액을 보내셨다. 손가락으로 0을 세며 읽었고 깜짝 놀랐다.
이 돈이면 그곳의 모든 아이들의 손에 막대사탕을 들려줄 수 있다.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바로 송금하고 그곳분에게 부탁했다. 한 명이라도 빠짐없이 줄 수 있도록, 크지 않은 사탕이라도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모두 챙겨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드렸다. 뱃속부터 소외된 삶으로 시작되고 커온 아이들에게 나도 소외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다. 달달한 사탕이 입으로 들어가면 그 순간은 달달한 성탄과 달달한 삶이 될 거라 기대한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밤 9시, 작은 아이가 자꾸 선물 있다고 우리 부부가 꼭 집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며 소파에 퍼져있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작은 아이가 들어왔고 우리 손을 잡아끌며 밖을 보란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니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고 얼굴을 보려 고개를 내밀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데 이 시간에 우리 집에 왜 왔지?' 그렇게 알아보지 못한 채 몇 초가 흘렀다.
남편이 먼저 소리를 지르고 "어떻게 왔어?" 하는 거다. 그제야 나는 내 딸을 알아보았다. 전화로만 보던 딸이, 14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딸이, 돈과 시간이 부족해 자주 볼 수 없는 딸이, 그립지만 그 그리움을 참고 누르며 살아가는 딸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어떤 말도 못 하고 "어머어머"만 읊어대며 아이를 안았다. 진짜 내 아이였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남편도 눈을 닦아내는 걸 보았다.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던 딸마저도 눈물이 흘렀고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진정하고 다 함께 자리에 앉아도 떨리는 속이 진정되질 않았다. 조금 지나니 속도 울렁거리고 크게 놀란 후유증이 나타났다. 심장이 여전히 떨리고 아이를 보고 있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제대로 보는 것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아이가 있는지 아니면 꿈이었는지를 확인하느라 손을 더듬어 옆에 자는 아이의 손을 몇 번이나 찾아 잡았다. 우와, 보고 있지만 다시 봐야 할 만큼 믿어지지 않는 상황을 매일 겪고 있다. 하루하루를 3일이라 생각하고 빠듯하고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6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아이는 가지만 강렬한 한방의 선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완전체로 보냈다. 세상 어떤 선물이 이보다 좋을까!
인생은 참 공평하다. 내가 잘 살면 내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곱지 못하게 살면 인상 쓸 일이 많아진다는 거겠지. 인도의 아이들에게 마음을 베푸니 내 아이가 돌아왔다. 무언가를 바라서 좋은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생각지 못한 보너스는 너무 달콤하다. 작은 선물을 주고 나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으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엄청 남는 장사를 한 거다. 진짜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