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계란 받으실래요?

by 영자의 전성시대

주일에 교회에서 부활절 계란을 나누어 주었다. 한 명당 2알씩 주셨는데 나는 중등부 교사라 학생들 것도 챙기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다 나눠주고도 너무 많이 남아서 교사 여러 명이 동네를 다니며 나눠주자며 나누어 챙기게 되었다. 내 속으로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이 계란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내 눈에 띄기만 해라' 하며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찾아다녔다.


역 주변에서도 벚꽃이 만개한 길에서도 폐지 줍는 어르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계란이 잔뜩 든 무거운 가방을 터덜터덜 가지고 가자니 경찰분이 앞에서 오신다. 냉큼 손에 계란 세 알을 잡고 다가갔다. 이분이 행여나 이 계란에 약을 탄게 아닐까 의심할까 봐 거기에 대답할 말까지 생각하며 다가가는데 하필 교통법규를 어긴 어떤 사람을 훈계하는 중이라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에잇, 이 많은 계란을 어찌한단 말인가! 가족들이 보고 다들 뭐라 한다. "이 계란을 어쩌려고 다 들고 왔어?" "놔둬! 내가 다 나눠줄 거야!" 하며 자신 있게 외쳤다. 다행히 구운 계란이라 당분간 상할 염려는 없었기에 다음 날 반 정도를 학교로 들고 와 선생님들께 나눠 드렸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어요." 하며 쑥스럽게 나누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선생님들도 부활절은 아나보다. 어떤 분은 단백질이라며 좋아라 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남은 계란 모두를 가방에 넣었다. 이걸 누구에게 또 나눈 단말인가? 일찍 나온 바람에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하려 출근 방향이 아닌 쪽으로 가는데 와우! 폐지 줍는 할머니를 보았다. 일단 주차할 곳을 찾아 할머니가 사라지기 전에 드려야 했다. 비상등을 켜고 길가에 잠시 세운 뒤, 나는 가방 속 계란의 대부분을 봉지에 넣어 헐레벌떡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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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부활절 구운 계란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사실 두렵기도 했다. 할머니가 내게 역정을 내실 수도 있기 때문에 살짝 긴장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먹을 것을 나누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음료수에 약을 타서 죽이는 무서운 세상인데 말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계란을 나누는 건 어려운 일일수밖에 없다. 드리면서 할머니의 눈을 강력하게 바라보았다.


난 눈으로도 말했다. "이건 진짜 아무렇지 않은 계란이에요. 드셔도 되는 안전한 계란이에요. 꼭 드리고 싶었어요. 제 마음을 알아주세요." 할머니는 간절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셨나 보다. 눈에 감사한 눈빛을 담아 "어구구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정말 고마워요." 하시는 거다. 그러면서 할머니 눈이 살짝 젖는데 급한 나는 더 말씀드리질 못하고 차로 돌아갔다.


웃기지만 나는 할머니께 아무거나 받아 드시지 말라고 경고해 드리고 싶었다. 아무 의심 없이 내 계란을 받으시는 게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드리려는 건지, 받으라는 건지, 받으면 안 된다는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내 계란을 감사하게 받으시는 할머니께 정말 감사했다. 마음이 뿌듯하다. 화요일 찌뿌둥한 아침에 활력이 될 만큼 작은 기쁨이 올라온다.


할머니가 건강하시기를, 폐지를 줍고 계시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기를, 부활절 계란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부활절 계란이 아주 좋은 곳으로 흘러간 것 같아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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