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남독녀인 나를 낳고 엄마는 예쁜 이름을 짓고 싶어 여러 날을 고민하는 중에 할아버지가 ‘도순’이란 이름을 지어 보내셨다. 엄마는 화가 났고 ‘현미’라는 이름으로 짓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마음대로 ‘영자’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셨다. 그래서 나의 이름은 시대를 역행하며 ‘이영자’가 되었다.
너무 슬픈 이야기다.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초중고 모든 첫 시간에 선생님들은 출석부를 보시다 “이영자가 누구야?”라고 묻고 “영자의 전성시대냐?”라며 늘 웃으셨다. 그 웃음이 나는 싫었고 그 싫은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첫 만남이 싫었고, 그 만남을 피하다 보니 낯가림이 생겼다. 이게 다 이름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 때 미팅을 가서도 그랬다. 새침하게 생긴 탓에 남자아이들이 조심스레 다가오다가도 이름이 오픈되면 웃어대며 막 선을 넘어왔다. 그래서 딱 세 번만 해보고 다시는 하지 않았다. 살면서 20대가 넘어가면 새로운 사람을 덜 만날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살아도 살아도 새로운 사람은 계속 나타났고 30대에는 강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며 일주일에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이름을 오픈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고 길거리에서 지인이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 기겁하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도 왜 개명할 생각을 못했을까?
이건 여전히 의문이지만, 되돌아보면 끝내 내 이름 석 자를 애정 하는 어디 한 줄기 세포가 살아서 개명의 의지를 죽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영자>라는 이름이 제법 어울릴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내 이름에 화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이름에 화가 나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이 화가 난다. 이제는 내 이름에 그토록 싫어했던 별명까지 붙여 작가명을 만들어 버렸다.
영자의 전성시대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