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사유하는 방법, 글쓰기

by 영자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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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며 사유하지 않는 행위가 곧 악이 될 수 있음을 표명했다. 맞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도 늘 생각이란 녀석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 바닥을 볼 때까지 나를 괴롭혔다. 어떤 날은 밤을 새우도록 이 녀석과 씨름했다. 야곱은 하나님과 밤새 씨름해서 축복이라도 받았지, 나는 밤새 씨름하고 나면 다음 날 출근하고 싶지 않게 피로했다.


생각하고 싶은 날도 생각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도 생각했다. 날이 밝은 날은 좀 멀리 있는 곳까지 떠나서, 비가 오는 날은 감상에 젖어 생각했다. 책을 읽다가도 어느 한 곳에 꽂히면 몇 시간부터 며칠까지 그 생각에 빠져 살았다. 책을 덮고 나면 한동안 그 책 속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고 한 여름이었는데도 한동안 눈의 나라에서 살아 더운 줄 몰랐고,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만년>을 읽고 한동안 허무주의 빠져 살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책들로 손가락 안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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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뿐이랴! 사람과의 만남 이후에도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내심까지 생각하다 보니 그 사람의 표현보다는 진심이 보이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표현과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아이의 마음을 보려 노력하게 되었다. 서로의 민낯을 가장 많이 보고, 보이는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나를 아프게 하는 존재가 ‘가족’이었는데 그 가족 구성원도 나로 인해 가장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포인트까지 이르기에 생각의 시간이 꽤 흘러야 했고, 후회로 점철된 시간이 여러 번 있어야 했다.


그렇게 여러 해를 보내며 나만의 생각하는 과정을 만들고 나서, 이제는 그 생각들을 헛되이 버리고 싶지 않았다. 가끔은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내 생각의 위로에 힘을 얻고 가기도 했다. 이런 모든 경험을 이야기로 남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녹록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이겨내고 넘어가며 감사했던 삶의 기록도 하고 싶어졌다.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쓰던 일기가 어른이 되어서는 가끔 쓰는 에세이가 되었고, 이제는 나만의 기록과 더불어 타인들에게도 공개하여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랐다.


나를 괴롭히던 생각의 시작이 이제는 나를 정화시키는 글로 귀결된다. 바쁜 일정과 계획들이 ‘생각 없이’ 행동하고 말하게 만들지만 다시금 내가 주체가 되면 자연스레 생각들이 나를 찾아온다. 내가 생각할 수 있음에, 생각하는 사람으로 행동하고 타인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는 성장하는 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녹여낸다는 것, 세상에 많은 표현 방법이 있지만 이토록 조용하고 강렬한 표현이 있을까!


오늘도 글을 쓰며 나의 인생에 대해 사유한다. 고로 나는 이 순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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