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by 영자의 전성시대

로버트 뉴튼 펙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라는 책이 있다. 중학교 필독 도서로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서정적인 문체로 미국 개척기 때 청교도인으로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 로버트는 이웃집의 소가 새끼 낳는 것을 도와주어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얻는다. 로버트는 애지중지 돼지를 가족처럼 키운다. 도축업을 하는 아버지는 어느 날 겨울이 오기 전 식구들이 먹을 것이 없어 돼지를 잡게 되고 로버트는 상처를 받는다. 이후 아버지는 병에 걸려 돌아가시고 남은 가족을 로버트는 부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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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 아주 어릴 적 손꼽아 기다리며 보았던 영화 <초원의 집>을 상기시킨다. 덕분에 책의 시대적 배경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을 읽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볼 만큼 감정이입을 하며 의미 있게 읽은 책이다. 속편인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에서는 로버트의 성장기에 대해 자세히 그려진다. 그래서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에게 이 책을 종종 권하곤 한다.


한 주간 이 책을 읽어오라고 과제를 내주고 독서 토의를 하던 날이었다. 한 아이가 “저는 아빠가 돌아가실 때가 너무 슬펐어요.”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내심 ‘그럼 그렇지, 나랑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머지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저는 돼지를 죽일 때가 가장 슬펐어요. 어떻게 기르던 돼지를 죽일 수가 있어요? 아빠가 죽은 건 벌 받은 거예요.”라며 화를 내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관점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이어지는 독서 토의는 더욱 흥미로웠다.


나는 아이들에게 돼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정을 책임지는 것,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인지에 대해 설명하니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입장만 알 뿐, 부모가 되어 본 적이 없기에 막연한 수긍을 한다. 나 또한 엄마는 되어 봤지만, 아빠는 못 해봤으니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감은 잘 모른다.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아이들과 독서토의를 하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며 나는 아이들의 마음에, 아이들은 나의 마음에 한 발 더 내디뎠다. 서로를 대화로 이해하고 입장을 받아들여 주는 우리는 참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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