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사람이란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사라, 버스를 타다>라는 책으로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4학년 수업을 하는 중이었다. 세계사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주며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참고도서로 4권의 책을 읽고 글을 써오는 자유 과제를 주었다. 분량이 많아서 학생들에게 명예장과 별 세 개와 작품 전시까지 당근을 잔뜩 준비해 과제를 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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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 남자아이가 얼굴을 찌푸린 채로 “그거 꼭 해야 돼요?”하고 말투도 삐딱하게 물었다. 나는 대뜸 “응, 너는 꼭 해야겠구나.”라고 답했다. 자유 과제라고 했음에도 숙제를 하기 싫은 분위기로 몰고 가는 아이가 내심 괘씸해서였다.


잠시 후, 다른 남자아이가 조심스럽게 “선생님, 죄송하지만 책 이름만 다시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물었다. “당연히 알려주고말고, 천천히 다시 말해 줄게.” 하며 다정히 말했다. 그렇게 말해 주는 그 아이가 고마웠다.


그러고 나서 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좀 전의 질문과 지금의 질문 중 어떤 질문이 듣기 좋았나요?”하니 모든 아이들이 “지금이오.”라고 답한다. 아까 그 학생은 얼굴이 붉어진다. 이 아이의 마음도 다독일 겸 나의 메시지도 전달할 겸 이야기했다.


“선생님도 예의 있게 나를 대해주는 사람이 좋단다. 질문도 예쁘게 해주는 게 좋고. 나도 사람이거든.” 하며 그 남자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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