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게일 실버의 <화가 났어요>라는 책으로 독서 수업을 했다.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책이라 더욱 유명해진 그림책이다. 이 책은 독특한 일러스트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화가 난 아이가 자신의 화와 만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화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 대부분이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화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그 '화를 다스릴 줄 모르는 것'이 나쁜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기쁠 때 웃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것을 아이들에게 나쁘다는 개념으로 오해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혹여 화를 억누르는 오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화가 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선정해 보라”는 미션을 주었다. 아이들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도서관을 둘러보고 고민하며 책을 골라왔다. 한 명씩 왜 그 책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발표했는데, 듣는 나는 아이들의 어른스러움에 적잖이 놀랐다. 대부분의 책이 ‘가족’을 주제로 한 내용으로 <돼지책>, <행복한 우리 가족>, <우리 엄마>, <괜찮아 아빠> 등이었다. 아이들의 말이 “가족을 생각하면 행복하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화가 나도 가족 생각을 하면 기분을 풀 수 있어요.”라는 것이다.
그렇구나.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가장 행복한 것이구나. 게임도 스마트 폰도, 친구도 아닌 가족이 가장 행복을 주는 존재임에 감사했다. 책 중에는 <된장찌개>라는 책도 있었는데 이유는 할머니의 된장찌개를 먹으면 행복하다는 남학생의 대답이었다. 역시 남자아이들은 먹는 게 중요한데 여기서도 할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아이 안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외에 추천한 책으로는 <너처럼 나도>, <안녕>,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붕어빵 장갑>, <완벽한 사과는 없다> 등이다. 어린 나이인데도 자기의 화에 대해 생각하고 타인을 위해 책을 추천하며 이유까지 야무지게 발표하는 이 아이들을 가르침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