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수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이 인문학 책을 읽음으로 '나'를 회복하고, 행복한 부모의 모습으로 자녀를 양육하기를 바라며 이 동아리를 운영해왔다. 지난 금요일, 1년에 한 번 견학을 가는 날이었다. 처음엔 파주에 가서 책 만들기나 박물관 체험을 했었는데 작년부터는 작은 독립서점 등을 방문해 책도 구입하고 시중에 잘 팔지 않는 도서들도 구경하며 책방지기들의 삶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해보니 이천에 이름도 너무나 고운 '오월의 푸른 하늘'이란 책방을 찾아 예약했다. 이미 블로그 등으로 그곳의 사진과 이용방법 등을 숙지하고 떠났다. 오월의 푸른 하늘이 무색할 만큼 시월의 찬란한 파란 하늘을 안고 우리는 시끌벅적 여행을 떠났다. 다들 단풍구경을 가느라 살짝 막혔지만 그곳의 풍경은 막히는 시간조차 잊게 했다. 고즈넉한 한옥에 여기저기 무럭무럭 자라 있는 밭 데기의 채소는 덤으로 볼 수 있었다.
책방 주인장이 건축학을 전공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집에 딱 맞게 설치된 책장과 생각보다 책의 권수가 많아 놀랐다. 솔직히 독립서점은 한 시간 정도 둘러보면 다 볼만큼 책이 많지는 않은데 이곳은 꽤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아이들용으로 이수지 작가나 요시타케 신스케 등의 요즘 핫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어 주인장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고 특히나 민음사 시리즈가 이렇게나 많은 독립서점이 있다니, 평소 보지 못한 나의 최애 책들을 보며 연신 사진을 찍어 기억했다.
어머님들도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책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었다. 책을 배경 삼아 다니는 어머님들을 보자니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들은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고, 책과 함께 삶을 나누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 분들이다. 생각보다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눈 깜짝하면 시간이란 녀석은 훅 지나가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라고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그 시간을 잡아 나한테 맞추기 시작하면 이 녀석은 금세 고분고분해져서 나를 따라오기 십상이다. 그걸 아는 아주 현명한 학부모님들이시다.
여하튼 우리는 독서모임도 하고 책 구입도 하고 주인장의 서비스인 커피와 웰컴 초콜릿도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여러 어머님들이 "선생님 이런 곳은 어떻게 아셨어요? 너무 좋아요. 아이들이랑 다시 와야겠어요."라고 하신다. 뿌듯하다. 어머님들이 행복해서 그 자녀들에게 행복감을 나눠주고, 우리 아이들은 한 뼘만큼 더 행복해지기를, 그리고 이곳으로 가족들이 와서 좋은 독서 경험을 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