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by 영자의 전성시대


학생 때도 읽지 않았던, 하지만 고전이라 늘 제목은 익숙했던 테네시 윌리암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읽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지 않다. 주인공인 ‘블랑시’부터도 내가 평소 좋아하지 않는 류의 여자다. 남자 주인공도 역시나 더 별로다. 이렇게나 별로인 등장인물을 모아 놓기도 힘들겠다.


나는 ‘이민호’를 좋아한다. 수년 전에는 밤잠을 설쳐가며 이민호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수차례 볼만큼 좋아했다. 그래서 <신의>나 <상속자들>은 대사를 외울 만큼 반복해 시청했고, 볼 때마다 주인공의 얼굴과 표정에 열광했다. 한 번은 생소한 낯선 장소에 갔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 데자뷔인가? 했더랬다. 하지만 곧 상속자들 드라마에 나온 배경이었던 것이 생각나 일행에게 이야기했더니 일행이 혀를 찼던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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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간혹 이민호의 드라마를 몰아보기로 시청할 때가 있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그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 되어 수동적으로 사는 게 좋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잘생긴 이민호의 얼굴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그런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의 인물들은 읽을수록 너무 현실 같아 피곤하고 고되다. 다들 욕망은 있으나 이루지 못하고 썩어가는 인생들을 바라보자니 우리네 인생 같아서 더 별로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언제까지 드라마 속 판타지에서 살 수는 없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이민호는 없다. 이 사실에 의기소침해지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별로인 우리는 별로인 사람들 사이에서 ‘별’을 찾아가며 살아간다.


별로인 듯한 가족이 옆에 있어서, 더 별로인 듯한 친구가 하나라도 있어서, 진짜 별로지만 내 일터가 있어서 하루를 감사하며 보낼 수 있다. 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욕망보다는 감사를 찾으러 떠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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