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한국 문인협회 주최 신인상을 받으러 김수영 문학관으로 갔다. 작은 행사려니 하고 볼일을 다 보고 3분가량 늦게 도착해 서둘러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많은 인파와 약간 흥분된 분위기 속에 짙은 꽃향내가 가득했다.(여기저기 꽃다발과 꽃바구니가 흐드러지게 놓여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살짝 뒷걸음질을 쳤는데 어디선가 “선생님, 이제 오시면 어떡해요?” 하는 타박 섞인 목소리를 들었고 순식간에 내 가슴엔 작은 꽃이 꽂아짐으로 내빈객이 되어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총 3부로 구성된 행사로, 1부는 유명인들의 소개와 축사, 2부는 시상식, 3부는 수상소감과 축하 및 사진 촬영이었다. ‘잠깐, 수상소감이라고?’ 그때부터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고 이런 자리에 대한 무지함에 통탄했다. 상을 타는 다른 분도 몰랐다며 그냥 하라는데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리고 나오면 다들 시조나 시를 한편씩 암송하는 이 분위기에서 나는 무어라 소감을 말할 것인가!
하얀 머리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소명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1부 순서가 꽤 길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다양한 연령과 모습의 사람들이 모여 이 행사를 빛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더욱 사람들의 진중한 모습과 무대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색의 파란 정장을 입고 나오신 나이가 지긋한 여자분은 피아노 선율에 자작시를, 문학회 회장님은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소름 끼치는 감동을 주기도 했다.
와, 이곳에는 문학을 말하는 사람과 문학을 느끼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분 한 분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로 호응했고 그들의 표정은 감동을 그대로 드러 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참 귀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드디어 나의 시간이 왔고 꾸밈없이 소탈하게 그때 든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했고 나도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소감 중 “앞에 계신 선배님들의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닮아가겠다. 지금은 삐약삐약 병아리지만 잘 배워서 유의미한 서사의 알을 쑴풍쑴풍 낳는 암탉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문학을 삶으로 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와 수필을 쓰는 나도 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