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1층으로 옮겨지며 밖을 거의 볼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4층에 있었을 때는 바로 앞 작은 창문으로 산도 보이고 하늘도 보여서 점심시간에 나의 작은 위로의 한 자락이 되었건만 지금은 해가 쨍쨍한지, 추운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교실임에도 자연주의를 우선으로 하는 나는 옛 교실이 그립다.
밖에 눈이 내린다. 올해 세 번째라고 하는데 내가 보지 못했으니 나에게는 첫눈이다. 소담하게 복슬복슬하게 생겼다. 통통하지도 날씬하지도 않게 적당하니 불어난 몸집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흐느적거리며 내린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함박눈이다. 수업해야 하는데 자꾸만 내 눈길을 잡아끈다.
두 칸짜리 창문, 그것도 구석에 자리한 두 칸 창문, 반은 블라인드로 가려져 반쪽만 열려있는 작은 창문으로 내가 좋아하는 함박눈이 보인다. 그렇게 볼품없이 보일지라도 함박눈은 함박눈이다. 보잘것없는 창문이 뭐 그리 중할까! 그 창밖으로 첫눈을 보고 내 눈이, 내 마음이 시원해지면 그만인 것을! 세상은 폭설이 내릴지 모르니 조심하라 드륵드륵 울려대지만 이 눈이 위험해 보이지 않는 건 내 마음이 이미 이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은 왠지 애잔하다. 그래서 저 창문처럼 내 마음 구석 귀퉁이 추억들을 들썩이며 기억하게 만든다. 사람도 추억도 장소도 까맣게 잊은 듯 하나 이럴 때는 기막히게 떠오른다. 하지만 첫눈이 사라지기 전에 그 기억은 다시 까맣게 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눈도, 내 기억도 애잔하게 느끼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 눈이 녹으면 신발의 골치투성이가 되는 것처럼 기억이란 녀석도 잊히지 않으면 인생의 골치투성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