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치미여, 영원 하라!

Dongbuk Cheers Up Mission!

by 영자의 전성시대

나는 3개의 인문학 독서 동아리와 1개의 신앙 서적 독서 동아리를 참여,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는 10년 남짓 해온 모임도 있고 이제 사 1년이 되어가는 모임도 있다. 당연하게도 오래 묵힌 모임일수록 마음이 가고 정도 깊다. 그중 이제 8년 차를 향해가는 학부모 독서 동아리 역시 나에겐 소중한 모임이다. 처음 학교에서 나에게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운영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을 때, “교사 독서 동아리가 더 좋은데요?”라고 대뜸 대답했다. 학부모 대상이면 이런저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고 교사와 학부모라는 두툼한 ‘선’이 있기에 불편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독서 동아리를 맡았고 꽤 불편하게 6개월을 진행했다. 번외 편의 일이기에 언제든 그만둘 요량으로 내가 하고 싶은 책으로 선정했고 어머님들은 너무 어려워하시면서도 책을 꼬박꼬박 완독해 오셨다. 그리고 그 선을 정확히 서로 지켜내며 모임을 한 지 1년이 넘어가며 그 무서운 ‘정’이란 게 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도 눈치가 있어야지, 교사랑 학부모가 정이 들면 어쩌냐고! 모임 하며 서로의 가정사를 오픈하고 생각을 오픈하고 마음을 오픈했다. 그렇게 7년을 만났다.


여전히 나는 교사고 학부모는 학부모다. 다만 그 선은 매우 얇아졌고 나의 문턱도 이젠 거의 희미해져 어머님들이 들락날락하며 상담하기에 이르렀다. 졸업한 학부모님들은 이젠 친구 같기도 하다. 안 믿기지만 가끔은 진짜 보고 싶기도 하다.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고, 좋은 소식이 들리면 못내 나도 웃음이 샌다. 이런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학부모 독서 동아리 <동치미>를 운영해 왔고, 코로나 전에 하려던 ‘동치미 Homecoming day’를 드디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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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임원을 필두로 운영, 계획하셔서 졸업생 어머님들을 초청하고 장소 섭외 및 공로상과 선물 증정, 식사까지 알찬 행사를 진행했다. 함께 동행한 교장 선생님과 나에게 꽃다발 증정식까지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1기 때부터 함께 했던 어머님들을 다시 만난 것이다. 7년 간의 시간이 마음속에서 스쳐 지나가고 있었기에 얼굴만 봐도 나는 울컥울컥 했다. 앞에서 소감을 말할 때도 울지 않으려 마음을 다독였다.


모든 식을 마치고 식사하고 나서 책에 대한 나눔을 하기 전, 나는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모임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목적을 갖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끼는지에 대해 진심으로 나누었다. 윽, 더 이상 마음의 홍수를 참을 수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니 “선생님, 울지 마세요.”하던 어머님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이 모임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었기에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이 모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나눔을 하고 돌아오는 길, 진이 빠져 피곤했지만, 마음의 자부심은 100%로 충전되었다. 인생의 유의미한 씨앗 하나를 심어 잘 익은 열매를 거둔 기분이었다. 어느 어머님 하나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들이 책을 읽고 가져오는 사연도 어느 하나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제 동치미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현역에 있는 학부모님뿐 아니라 이곳을 지나간 또는 지나갔다 다시 돌아온 선배님, 그리고 또 들어 올 후배님들까지 우리가 만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반드시 지금처럼 아름다울 것이다.


아름다운 동치미 어머님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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