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눈물

<시의 위로>

by 영자의 전성시대

10년 전부터 초등학교 6학년 동창들을 만나 모임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대부분이 남자친구들이지만 몇몇의 마음 맞는 여자친구들이 있기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6학년 담임선생님을 찾아 초청하여 뭉클하고 감동적인 만남을 하기도 하고 힘든 친구들을 찾아 십시일반으로 돕고 위로하고 오기도 한다. 코로나 전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자녀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등 꽤 활동적인 모임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것은 이 모임에서는 내가 어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딱 6학년 그때의 모습으로 조금은 유치하고 솔직하고 유쾌하게 전혀 진지할 필요 없이 그 시간을 즐기다 오면 된다. 그러다 보니 다시 만난 친구들과 솔직 담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만나면 어제 봤던 느낌이 들게 친근하다.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동창 중 한 친구와 만났다. 둘만 만나는 건 몇 년 만이다. 힘든 이별을 겪으며 아들 하나를 아주 잘 키워낸 기특한 친구이자 어려운 환경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내는 심지가 단단한 아이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gift box를 만들었다. 핸드크림부터 문구류까지 파우치에 가득 담았다.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 시 <겨울 개나리>를 코팅해 카드 대신 넣었다.


여전히 별거 아닌 농담에도 “꺄르륵” 웃어대며 만남을 시작했고 이젠 입에 좋은 음식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자며 나이 먹은 것도 우스워 “꺄르륵 꺄르륵”웃었다. 식사 후에 멋진 뷰를 자랑하는 카페로 가서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선물을 주었다. 친구는 무슨 이런 맥락 없는 선물이 있냐며 좋아라 웃었고 이런 게 요즘 트렌드라며 우겼다. 파우치 속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던 나의 시를 꺼내던 친구는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였다.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나는 당황했고 “왜 그래?”만 반복했다. 친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 시가 나를 위로해 준다. ‘그래, 그럴 수 있지’란 말이 나한테 너무 위로가 되네.”하면서 또 울먹였다. “마음이 어려웠는데 나한테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아. 코로나 때부터 많이 힘들었는데... 이 개나리가 나 같아서... 흐흐흑”하며 말하는데 내 눈에서도 눈물이 차올랐다. 이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힘겹게 버텨왔을지 느껴져, 말하지 않아도 우린 서로 말없이 공감하며 눈물을 훔쳤다.


마음을 추스른 친구는 “나한테 오늘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하나님이 나한테 힘내라고 이런 선물을 주신 것 같아.”라고 고백했다. ‘주는 게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유행가 가사가 이런 느낌인 거겠지. 내 글이, 내 시가 다른 어떤 이에게 힘이 된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느낌 때문에 작가들은 더욱 글을 쓰고 싶어지나 보다. 친구는 “살다 보니 내 친구 중에 작가님도 있네. 너무 고맙다.”라고 말하는데 내가 친구에게 더 고마웠다. 나의 시를 통해 위로받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해 주어서, 그것을 나에게 표현해 주어서 감사했다.


글은 어마무시한 힘이 있다. 쓰면서 나를 생각하고 정리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쓸 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만들면 희한하게도 그 글을 읽는 독자도 내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독자는 내 감정의 글을 읽으며 힘을 받기도 하고 생각의 다름을 알아가기도 하고, 자기의 또 다른 생각의 표현에 동감하기도 한다. 그래서 글은 좋은 마음으로 써야 한다. 친구를 통해 좋은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다행이다.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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