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생님이라면~

3학년 <나쁜 어린이표>수업

by 영자의 전성시대

3학년 학생들과 황선미 작가의 <나쁜 어린이표>로 수업을 했다. 내용 파악이 끝나면 ‘주인공인 건우는 학교에서 불만이 무엇일까?’라든지 ‘선생님은 왜 건우에게 나쁜 어린이표를 주었을까?’, ‘나쁜 어린이표는 필요할까?’ 등의 발문에 맞게 생각하고 서로 토의를 한다. 토의 후에 활동지를 주어 발문에 맞는 글쓰기를 진행한 뒤, 그중 아이들의 생각이 드러나 있는 것으로 발표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내가 선생님이라면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의 글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실 이 발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아이들이 교사에게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좋은 점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부분과 바라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어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아이들은 자못 심각하게 글을 썼고 꽤 많은 양의 글을 어렵지 않게 쓰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라 퍽 어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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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4개 학급의 아이들이 수업 시간 내에 모두 발표하도록 했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이 진짜 교사라도 된 양 진지하게 발표를 했다. 귀 기울여 들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이 들어있어 놀랐다. 첫째는 아이들이 엄격할 때는 엄격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마냥 놀게 해 주고 운동하게 해 줄 선생님을 선호할 것 같은데 “칭찬할 때는 칭찬을 하고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야단을 쳐서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여러 아이들이 발표하는 것이다. 와, 아이들도 알긴 아는 거다. 좋기만 한 선생님이 좋기만 한 건 아이라는 것을. 야단을 치는 것도 사랑의 다른 방식인 것을 말이다.


두 번째로 놀라운 것은 “이렇게 하면 아이들도 행복하고, 선생님도 행복해지게 된다. 서로가 행복해지면 좋은 학교생활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바라는 것만 잔뜩 말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와, 3학년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며 놀라움에 감탄이 나왔다. 나는 대뜸 “너희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니? 대단하다.” 하며 칭찬했다. 맞다. 학생들만 행복해서는 행복한 학교가 이뤄지지 않는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가르침을 줄 수 있다. 간혹 이것을 모르는 학부모님들이 있는데 우리 아가들은 알고 있어 감사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한 학습이었는데 내가 감동받을 줄 몰랐다. 마냥 아기 같지만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어른이 떡 하니 앉아있을 때가 있다. 그 어른으로부터 교사인 나도 배움을 얻는다.


고맙다,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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