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중심 까딸루냐 광장에서항구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개가 있다. 구도심 고딕지구의 오른쪽 경계를 끼고 내려가는 보행자 중심 람브라스(Ramblas) 길과 왼쪽 경계를 끼고 내려가는 차량 중심인 라이에따나(Via Laietana)길이 그것이다. 까딸루냐 광장에 서서 이 두 개의 길의 존재를 머리 속으로 그릴 수 있다면 고딕지구 관광이 쉬워진다. 왜냐하면 이 두 개 길 사이의 길쭉한 계란 모양의 구역이 고딕지구이기 때문이다.
그 계란 모양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이 뽀르딸 델 앙젤(Portal de l’Angel)길이다. "천사의 문" 이란 뜻을 가진 이 길은 계란의 중심에 해당하는 대성당으로 향한다. 고딕지구로 들어가는 길은 많이 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이 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중세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로마 식민 도시 성벽 바깥의 작은 개울이 흐르던 지역이었다. 사람들은 그 개울을 따라 난 길을 통해 로마 식민 도시 바르시노(Barcino)로 들어갔다. 점차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 13세기경에는 까딸루냐 광장 바로 앞까지 성벽이 확장된다. 자연스레 이 길은 도시 안으로 포함되게 되고, 길 입구에 성문이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문 주위에 맹인과 같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사람들은 이 문을 맹인의 문(Puerta de Ciego)이라고 불렀다.
1419년 발렌시아 출신 성직자 비센떼 페레르(Vicente Ferrer)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면서 이곳을 찾았을 때 천사가 나타나서 “내가 이 자리에서 도시를 지키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천사의 문이라고 부르고 천사 조각상을 성벽 위에 설치했다. 이 천사상은 1859년에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성벽을 허물 때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스페인 내전 때 파괴되었다. 이후 새로 제작한 것을 현재 길 입구 오른쪽 스페인 은행(Banco de Espana) 위쪽에 설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앙헬 길은 람블라스 길과 더불어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 중 하나다. 싸라(Zara), 망고(Mango)와 같은 의류매장들과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과 가방 매장들이 모여 있어 일 년 내내 활기차다. 길 초입 왼쪽에 있는 커다란 온도계는 그 자리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던 꼬뗏(Cottet) 가족이 자신의 가게를 홍보할 목적으로 1956년에 설치한 것이다. 길이가 22m에 무게는 2톤에 달하고 영하 4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번의 보수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 수도 산따 아나(Fuente de Santa Ana)가 있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왼쪽 길은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 쪽 길은 삐 성당(Santa Maria del Pi)쪽으로 가는 길이다.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1356년에 설치한 이 공동 수도는 여러 번의 보수를 거치면서 모양이 조금 바뀌었지만 850여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도시의 역사성을 잘 말해준다. 두 갈래 길에서 왼쪽 길(Carrer dels Arcs)을 택하여 고딕지구 산책의 시작점인 대성당 앞 노바광장(Plaza de Nova)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