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母糷)

by 박종희

모란(母糷)

“밥 먹어라.”

친정어머니의 나직한 목소리에 이불을 걷어내고 거실로 나가니, 빼곡히 차려진 한 상이 나를 맞았다. 밥그릇 놓을 자리조차 없을 만큼 정성스러운 상이었다. 간이 알맞게 배어 보드라운 고등어 무조림을 한입 베어 물고, 구수한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떠 넣는 순간 가슴이 형언할 수 없이 떨려왔다. 아,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입안 가득 밥을 씹으면서도 내 마음은 자꾸만 엄마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꿈이었다. 조금 전까지 내 앞에서 고등어 살을 발라주시던 어머니는 간데없고, 사방은 적막한 어둠뿐이었다. 그런데도 입안에 남은 그 맛은 살아 있는 듯 선명했고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꿈의 잔상을 되새기며 밥과 반찬이 뒤섞인 기억을 삼키는 동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니의 손길과 숨결, 그리고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밥상을 지키던 그 마음이 사무치게 그리워서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박종희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의 품격과 향기는 글쓴이의 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언어로 누구나 공감하는 수필, 구들장 같이 온기 있는 언어로 따뜻한 수필을 쓰고 싶다.

4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어머니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