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돌아온다. 매화꽃이 세상을 물들일 때면 하얀 기억 속을 걷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 기억은 잊었어도 몸짓말로 나를 반기던 어머님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데리고 왔다.
빼꼼히 열린 병실 문 사이로 나를 발견하고는 쑥스러운 듯 당신 코를 잡아당긴다. 기다렸다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어머님만의 몸짓이다. 어머님 눈에 낯익은 눈부처가 들어앉는가 싶더니 이내 잇몸을 다 드러내며 까르르 웃는다. 병실에서 무에 그리 웃을 일이 있을까만 며느리를 웃게 하려는 어머님의 배려일 성싶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꼿꼿하던 어머님이 큰아들을 앞세우고 나서는 맥없이 들어앉았다. 불덩이 같은 오 남매를 품어 키우느라 당신 몸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르고 살았던 어머님한테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눈에 띄게 움직임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머님은 마침내 문을 닫아걸었다. 철통같이 벽을 친 어머님은 앉은자리에서 볼일을 보는 일이 일쑤였다. 퇴근하면 어머님과 씨름하느라 아침이 빨리 왔다. 남편과 나도 슬슬 지쳐갔다. 방향감을 잃고 당신의 시간에 갇힌 어머님을 바라보는 것이 마치 형벌 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낯설어지는 어머님이 음식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금방 드시고 돌아서도 헛헛해하며 밥 안 준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식탐이 늘면서 이상한 버릇도 생겼다. 어머님은 서랍에서 옷을 끄집어내 순서 없이 겹쳐 입었다.
편찮으시기 전에도 체격이 좋았는데 치매 증세가 나타난 뒤에는 몸이 더 무거워졌다. 과식하셨는지 방에 구릿한 냄새가 떠다녔다. 그날따라 어머님은 내복 위에 고쟁이를 입고 그 위에 바지, 몸빼, 한복 치마 등 아랫도리에만 서너 개를 껴입어 마치 눈사람 같았다. 몸도 성치 않은 분이 그 많은 옷을 어찌 입으셨는지. 나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옷 껴입는데 몽땅 허비한 것처럼 벗긴 옷이 빨래통에 가득했다. 후유, 한숨이 나오고 울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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