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농막으로간 독거(獨居)

언령(言靈)을 살펴라

by 갑비

재작년 청주로 문상을 갔었다. 팔십 중반의 할머니로 약 이 년간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기력이 쇠해지다 노환으로 가셨다. 조문 마치고 한술 뜨고 있는데 망자의 셋째 아들이 필자를 보더니 반갑게

"형~ 내 속이, 속이 얼마나 후련한지 몰라요!"

큰 소리로 말했다.

조문객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또한 순간적으로 걔가 그런 말 할 만큼 애썼던 처지가 아니어서 벙벙다.

옆에 있던 손위사람이 더 놀랬나 보다. 식당밖으로 데리고 나가며 " 그래, 사람이 갑자기 큰일을 당하면 그럴수 있는기라." 그 애의 이모부였다.

돌아가신 망자를 24시간 애틋하게 업고 떠먹이고 병원과 요양원오갔던 장본인은 그 애의 맏형이었다. 서울 사는 걔가 그런 말할 입장이 아니었는데


그 후로 소식을 모르다가, 시골의 지인 농막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교직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관악사대 출신으로 강남 고교에서 교사로 근무했었다. 학부모의 민원소송으로 맘고생이 심했었는데 그 사건의 후유였다. 지인의 귀띔으로는 처방받은 안정제를 매일 먹고 있다고 한다.

소시적, 도내(道)에서 탑만 달렸던 자존심도 고 총기 있던 유망주였건만 어쩌다 그리 됐을까. 그렇게 외톨이로 혼자 지내는데도 도시의 아내는 가보지도 않고 한 달 동안 사람과 대화 한번 없을 때도 있단다. 사람이 싫다는데야 난감하다. 배울 만큼 배우고 상식이 있어도 유사 자폐는 찾아든다.


재작년 문상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후련하다고 뱉은 얘의 말이 떠올랐다. 말에는 언령(言靈)이 들어있다. 이상한 말, 무경우한 말, 어이없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기억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그 사람 안에 들어온 다른 의 메세지 일수 있다.

고흐의 스케치 '시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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