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저승에서 만나는 나이

70%가 적당

by 갑비

영자할머니는 85세인데 아직도 누가 "할머니"하면 몹시 못마땅해한다. 소싯적 물오른 미모로 동리에서 날렸다는 추억을 먹고사셨다. 할머니는 아쉽게도 45세에 과부가 되었다. 그때 신랑은 48세였으니 한창때였다.


자식 중에 한 딸이 어머니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며 필자에게 묻는다.

"근래 드라마에서 김혜자가 저승에서 망부(亡夫)를 만나는데... 젊을 때 죽은 신랑이 할머니 된 아내를 저승에서 못 알아보는데... 엄마도 그렇게 되면 우야냐고 묻더군요. 어떡하죠?"


이승에서 60이나 80에 가건, 혹은 10살에 죽었건 저승에 가면 모두 40대로 환원된다는 게 영계의 법칙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젊어서 가거나 늙어서 가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씀드리세요. 했다.


그 얘기를 듣더니 반색하면서 골똘하던 그 딸이 하나 더 묻는다. "이승에서 사별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고 두 번 다 애틋했는데 그럼 저승에서는 누구를 선택해서 살게 될까요."


이승에서 만난 인연을 저승 까 가져간다고 젖가슴 사이에 연비까지 해도 그게 영 소용이 없다. 저승 가면 이승의 인연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아무리 애틋해도 본체만체하고 다시 더 좋은 연놈 하고 살게 된다.


색즉시공은 무차(無差)의 법칙이다. "금생의 인연에서 너무 진(盡)을 빼지 말고 70% 정도 하는 게 적정하겠다. "라고 말해줬다.

그 딸이 서글프다며 요즘 애들은 좋아하겠네요. 하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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