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들이 자주 하는 광대짓

by 하나둘셋

"직원 한 명이 지각이 너무 잦아. 퇴근은 또 칼이야. 다른 직원들이 나한테 와서 그 직원한테 주의를 줘야 한다고 할 정도야. 다른 직원들도 짜증스러운 거지. 그래서 (맨날 지각하는 직원을) 불러서 얘기를 했어. 알겠다고는 하는데, 두고 봐야지."


광대놀음의 막이 올랐다. 이제 직원들은 팀장과 지각대장의 승부를 팝콘을 먹으며 관전할 것이다. 딱히 팀장을 응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승부란 모름지기 아슬아슬해야 재밌으니까.


너무 냉담하게 말했나. 하지만 사실이다. 지각은 습관이라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팀장 한 마디에 고쳐질 일이었으면 애초 그렇게 자주 지각을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팀장이 그 힘든 일을 해내겠다고 지각대장과 싸움을 시작했으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얼마나 재미있을 일인가. 이제 둘의 승부는 동네방네 생중계되며 팀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까지 우스꽝스럽게 각색돼서 퍼져나갈 게 빤하다.


"팀장이 불러서 얘기했는데, 걔 오늘 또 지각했어. 이번 주 들어서 벌써 두 번째야. 팀장이 어떻게 얘기했길래 저래? 얘기한 거 맞아?" 같은 이야기들이 직원들의 메신저를 돌아다니고 이런 일이 계속될수록 팀장은 우스워진다. 이제는 팀장이 지각대장을 또 불러서 얘기를 하면 직원들은 "어차피 듣지도 않을 거 뭐 하러 저러냐."라고 할 것이고, 그냥 내버려 둬도 직원들은 "팀장이 무능하다."라고 할 것이다. 이제는 지각대장이 아니라 팀장이 원망의 타깃이 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진짜 지각이 문제였을까?




어떤 팀이든 문제적 상황과 인물이 있다. 그게 무시해도 될 수준인지 아닌지는 정말 진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문제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나의 취향과 선호가 반영된 탓인 경우도 많고, 실제로 문제적이기는 해도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들이는 노력 대비 바로잡았을 때의 효능은 미미한 경우도 많다. 어떤 노력을 해도 바로잡을 수 없는 문제도 많고, 겉으로 드러난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배경에 있는 경우는 더 많다. 지금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인지, 반드시 수정해야 할 일인지, 수정하면 수정이 될 일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위 팀장처럼 무작정 덤비면 직원들 앞에서 광대놀음만 하다가 끝나기 십상이다.


위 친구에게 말했다. "진짜 지각이 문제야? 아니면 그 직원이 지금 업무 부담 없이 널럴한 게 문제야? 업무 분장이든 인사고과든 그 직원에게 너무 많이 보상하고 있는 게 문제인 건 아니야? 직원들이 팀장을 찾아와서 해결해 달라는 문제에는 여러 함의가 있을 수 있어. 조용히 듣고 알겠다고 해. 그리고 혼자 생각해 봐. 이게 문제 맞는지,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점검해. 지금처럼 무작정 덤비면 광대짓 하는 꼴밖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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