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을 적겠다 결심을 하게된 계기는 며칠 전 아주 오랫동안 오지 않던 잠깐의 비가 내린 후이다. 전국적으로 오랜 기간 수분이 없어 건조한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밖을 나오면 모든 식물들이 말라 비틀어져 이파리를 돌돌 말고 있거나 거뭇거뭇한 색채로 물들고 있었다. 또한 꽃가루가 대기 중에 산포함으로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재채기가 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며칠 전 오전에 스콜과 같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을 쓰고 나무들이 빼곡히 심겨진 곳에 들어가니 정말 나무에 생명이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마 이 기분은 몇 달 동안 비가 안 오다 간만에 온 비에 뛸 듯 기뻐하는 농사꾼의 마음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콘크리트 속에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환경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환경과 기분이다. 이파리 위에 송골송골 맺힌 구슬같은 빗물을 보며 크게 숨을 들이 쉬면 나무에서 내뿜는 산소와 피톤치드는 물론 긍정적인 기운까지 함께 내 몸속으로 옹골차게 들어와 재충전되는 기분이다. 식물들은 며칠을 물을 못 마시다 시원한 생수 한 잔을 마신 후 "살겠다"하고 외칠 때 그런 마음일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아주 건조한 나날들이 지속되다가 일기예보에 드디어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는 날에는 신발장 옆에 있는 묵혀둔 우산을 들고 꼭 실외로 나가보라. 행복은 정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조금씩 공무원이라는 조직 속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적응은 한 편으로는 무서웠다. 적응은 자칫하면 지루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지루함에 골치 아픈 일이 급작스럽게 발생하면 스트레스가 된다.
임용되기 전 의지에 불탔던 나 자신은 점점 하루하루가 지나가며 사회에 순응하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응은 적응이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스스로 벽을 만든다는 느낌이다. 공직 사회는 폐쇄적인 부분이 다분하여 마치 곤충의 생태사이클이 존재하듯 공직자 생태 사이클이 존재하는 듯하다. 연애는 해야하고, 언제쯤이면 결혼은 해야하고, 언제쯤이면 아이를 낳아야하고. 아니. 내가 그런 굴레를 만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서 그런 굴레를 많이들 언급하기에 본인도 안정적이고 싶고 그런 말을 듣기 싫고 조급한 마음이 또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공직자가 아닌 학생이었을 때에는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합격하면 직업도 있을 거니 더 불안하지도 않을 거고 더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행복하게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은 퇴근하면 변명인지 뭔지 피곤하다는 생각에 쉬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유튜브로 예능을 보며, 수중에 돈도 있겠다 배달을 시켜 먹으며 다음날 출근을 하는 현실들이 반복된다. 중간 중간 공부를 하긴하나 여전히 불만이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합격 전 시간이 아까워 화장실에서도 누워서도 대중교통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책을 보던 그런 의지가 다시 불태워졌으면 좋겠다. 이제 합격도 했겠다, 돈도 벌겠다, 가만히 있으면 승진도 하겠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런 삶을 싫어하면서도 가끔 짬을 내어 공부를 하는 나의 태도에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싫어져가고 있던 상황 등으로 머릿속들이 마구마구 엉켜 기분이 꿀꿀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비가 엉킹 마음을 풀어 주는 듯했다. 해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No worries, step by step.'이라고 말을 해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