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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생활을 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중입니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를 읽고

by 스마일쭈

결혼 전 읽었던 『퇴사하겠습니다』 작가의 책이라서 읽어보았다. 그 당시에도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긴 해야 하지만) 퇴사를 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미니멀라이프를 넘어 극단적으로 전기를 안 쓰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참사를 겪으면서 전기 사용을 줄이기로 마음먹는다. 잘 안 쓰는 전자레인지를 시작으로 냉난방 기기까지 처분하고 한 달 전기료 150엔을 달성한다. 그러나 한여름에도 부채로 버티는 각고의 노력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가스 계약이 안되는 전기화 주택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매일 심야전기를 쓰는 온수기 때문에 아무리 아껴 써도 전기 요금이 3000엔을 돌파한 것에 충격을 받고 전기 제로의 삶으로 전환한다.


냉장고까지 없애다 보니 집에 남은 전자기기라고는 전등, 라디오, 컴퓨터, 휴대전화가 전부. 대신 식당, 목욕탕, 카페, 도서관을 이용하는 공유 생활을 하게 되고, 소유를 줄이자 자연스레 소비도 줄어들면서 퇴사까지 할 수 있었다.
작가의 집밥은 오직 야채를 말려서 끓인 된장국과 밥 그리고 야채절임뿐. 맛있는 음식은 외식을 하면 된다. 식단이 간단해지자 집안일이 줄고 주방기구 등 살림도 간소해졌다.


냉장고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지만 곧 수긍이 되었다. 나도 혼자 먹는 점심은 간단하게 때운다. 이번 주는 떡볶이 1인분을 사서 야채와 같이 4일을 나눠먹었는데, 데워서 먹으면 그만이고 무엇보다 설거지가 정말 쉽다.
반면 저녁에 가족 식사를 만든다고 우거짓국과 우삼겹구이를 했더니 배는 불러도 설거지할 그릇이 한가득이어서 잠깐 짜증이 났다.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도 있는 데 맞는 말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아이 때문에 우유랑 계란, 냉동 돈가스가 필수라서 냉장고를 없앨 수는 없지만 적게 사고 최대한 버리는 음식이 없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작가의 말마따나 밖에 나가면 대형 냉장고인 마트, 편의점, 시장이 코앞인데 식재료를 쟁여둘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적게 먹으면 다이어트도 되고 건강해지니 좋지 아니한가?

그러고보니 나도 공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카누 아메리카노를 담은 텀블러를 챙겨서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도서관으로 향한다.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tv 보는 대신 더 시원한 곳에서 잡지와 책을 읽고 블로그도 한다. 도서관이 쉬는 월요일엔 대형서점에 가서 신간을 구경하고 카페에서 앱테크 한 쿠폰으로 달콤한 케이크를 먹기도 한다.
(매월 문화가 있는 수요일엔 전시회를 보러갈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하루 오천보 이상 걸으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충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육아와 집안일이 그리 힘들지 않다. 집이 작으니 걸레질도 금방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아이와 실컷 놀러 다니고 있다.

매일 야근할 때 바랬던 여유로운 삶이다. 대신 이렇게 누리는 만큼 주변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직장 다니며 무너진 멘탈을 회복하면 알바를 해서 아이 학원비라도 벌어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마음을 채우다보니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만 같다. 미혼일 때 영아원을 찾아갔던 것처럼 다시 봉사활동을 알아봐야겠다. 시간이 있는 지금은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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