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아파트에 살다가 투룸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사실 38평 중에서 부모님과 은행 돈을 제외하고 나면 화장실 정도가 진짜 우리 집이었을 뿐이다. 서울로 오면서 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끌 아파트를 포기하고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빌라를 선택했다.
트럭 한 대로 이사를 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렸지만, 새집을 핑계로 가구며 가전제품을 신나게 구입했다. 살림살이가 늘어나다 보니 집 보러 왔을 때는 분명 꽤 넓었는데, 이젠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주말엔 밖으로 놀러 다니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중 아이의 입학을 계기로 책상 겸 식탁이 필요해지면서 공간 마련을 위해서 대대적으로 짐 정리를 해보았다. 작은 집에 쓰지 않는 물건들은 왜 이리 많은지.. 아이 장난감, 육아용품과 함께 옷이며 주방용품을 열심히 정리하고 나니 빈 공간이 제법 생겼다. 이제 각각의 자리가 정해졌으니 뭔가 사야 할 때는 하나를 비워서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생필품도 할인이나 1+1을 핑계로 쟁여두지 않고 다 쓰면 산다.
올해 유난한 더위와 폭우를 겪으며 기후 위기가 먼 이야기가 아님을 느낀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미니멀리스트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책을 빌려보았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지만 내방식과 속도대로 하면 되는 거겠지. 삶은 경쟁이 아니니까.. 우선 바디워시와 샴푸를 다 쓰면 하나로 쓸 수 있는 비누를 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