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채소류 그리고 명암明暗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란 말에 찬성한다. 육류와 채소류를 고루 먹으며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생물이니까. 다만 잡식이란 분류 체계에 속하려면, 육류와 채소류 말고도 뭔가 더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 무얼 먹어야 진정한 잡식인이 될 수 있을까, 잡식을 잡다한 걸 먹는 양식樣式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의 합성어로 보면 어떨까. 이 기가 막힌 질문에 우리의 하루를 뒤덮고 있는 빛과 어둠을 슬쩍 내밀어본다. 먹지 않지만 흡수하고 있다는 생각에 명암도 하나의 양분 정도는 될 수 있지 않겠나.
잡식인은 편식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고기만 먹으면 변비에 수일을 고생한다. 그렇다고 채소만 먹다 보면 근육이 흐물흐물해지지 않던가. 음식 같지 않은 것들도 매한가지. 온종일 양지陽地 아래 놓인 인간은 기어코 음지로 기어가 아무 말 없이 천장만 빤히 쳐다보더라. 골라 먹지 않는 잡식성이 끝내 내놓은 생존법이라 해야 할까.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아침,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이제는 한 마디 툭 뱉으며 일어난다. “아, 잘 잤다. 기지개 좀 켜고 산책이나 갈까.” 아침은 거르더라도 낮과 밤은 반드시 챙기는 우릴 보고는 누군가 잡식인이라 하더라. 오늘은 무얼 먹고 있는가, 입으로만 우물거리고 있었다면 먹지 않음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