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기대 속에서
1. 새해라고 했던가, 변한 것이 없다. 요동치는 불안과 평온의 주기가 더 커졌을 뿐,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다른 해가 밝아오면 길한 기운이 들어와 나의 환경과 모습을 바꾸어 줄 것만 같은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것만 같다. 찬바람과 퉁명스러움, 뭐라도 남겨서 기뻐해야 할까. 나이가 드는 것은 무력함을 연마하는 과정이라 해야겠다. 2월부터 이런 무력감이 쌓이면 도대체 남은 10개월을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아니지,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겠을 평생을 고민해야 옳은 생각이겠다. 이렇게 켜켜이 묵힌 것들이 나중 되어 크게 터져 버리면 더 이상 나로서는 구제할 방도가 없을지도 모른다.
2. 주변을 둘러보면,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참 많아 보인다. 잘 웃지 않는 사람들과 힘들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들, 나를 거울로 바라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나쁘다. 한편으로는 ‘나는 힘들다는 내색은 잘 안 하는데.’ 하며 내비친 얄팍한 우쭐함. 결국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몸부림이 조금 약했던가, 작은 냇가에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것만 같은 이 옹졸함, 해도 보고 다른 사람들도 지켜봐야겠다. 매번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 색다르게 변주를 주자. 점심을 먹기 전 오전 10시에 현관을 나서보는 거다. 분명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란 또 다른 기대감, 새해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았던 걸 금세 잊어버린 것일까.
3. 카메라도 오랜만에 들었다. 너무나 추웠던 탓에 카메라를 집어 들기조차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젠 익숙한 것을 찍어보려 했다. 습관과 기호嗜好는 조금 다른 차원의 것이긴 하나, 좋아해야 꾸준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믿음이 왜인지 끌린다. 마음이 가는 대로 빛과 그림자가 멋들이 지게 드리워지는 장면을 포착해 셔터를 누르면 되겠지. 빛이 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한순간의 움직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굳은 의지도 가슴에 새긴다. 손가락에 들어간 허울 좋은 힘을 풀어내고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부드럽게 셔터를 눌렀다가 떼는 거다. 물아일체物我一體, 구제할 방도가 없다는 말은 잠시 보류해야겠다. 생생한 삶을 체험하는 이 순간이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가 피어오르니 아직 진단을 미루어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