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해도 좋아
2025년 10월 10일 금 맑음
어제저녁에는 글이 쓰고 싶어 져 일기를 몇 줄 적어서 저장을 해 놓고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읽어보니 역시, 읽을 것이 못된다. 밤에 쓰는 그날의 일기는 설익어 떫고 시다. 어제 쓴 그날의 일기는 콕콕콕 커서를 눌러 지우고 다시 쓴다.
잠을 자는 동안 나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제의 하루가 무르익어 글로 나오는 걸까? 숙면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팔이 아파 깨거나 꼬마가 뒤척이거나 몸부림을 쳐 깨기도 한다.
힘이 남아 글을 쓸 수 있는 당일의 밤에는 쓰고 싶어 들썩이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글을 망친다. 밥솥의 추가 진동을 하며 밥물을 뿜어내듯 뭘 쓰고 싶은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냥 쓰는 것 자체에 마음이 빼앗겨 심장이 요동을 친다. 매번 그때 글을 쓰면 읽기 불편한 글이 나온다. 너무 감상적이거나 너무 냉소적이거나 너무 진부한 내용이 쓰인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뜸이 잘 든 밥알처럼 글알도 차분하고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그때 글을 쓰면 심지어 쓰면서 '아하!'하고 깨닫기도 한다. 누가 밤새 나의 생각을 잘 정리 정돈해 놓은 듯 글을 풀어내면서 내가 배우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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