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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두부 Jul 15. 2024

지각 대장, 잠!

잠을 기다리는 시간-



이강 : 엄마, 그런데 잠이 좀 안 와.

엄마 : 잠이 오고 있는 중이라던데, 이강이한테 좀 기다려 달래.

이강 : 잠이 발도 없는데 어떻게 이강이한테 와?

엄마 : 잠은 날아오거든.

이강 :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날아와?

엄마 : 구름처럼 날아오지.

이강 : 그럼 눈에 보여야지!

엄마 : 사람들이 유령인 줄 알고 도망갈까 봐, 잠은 투명색이야. 안 보이는 색. 잠은 무서운 게 아닌데 사람들은 잠을 무서워한데.

이강 : 왜? 이강이는 잠이 안 무서운데?!

엄마 :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지 못할까 봐 그렇데.

이강 :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는데?

엄마 : 맞아. 그러니까 이강이도 걱정 말고 잠이 오면 잠에게 반갑다고 인사하고 잠이 들어도 돼. 잠에게 오늘은 어떤 꿈을 보여 달라고 할지 생각해 얼른. 이강이 잠이 이제 다와 가는 것 같거든!

이강 : 잠은 투명색이라며! 어떻게 다 와가는지 엄마가 알아?

엄마 : 투명한 것들은 눈을 감으면 다 보여. 마음으로 다 볼 수 있어.

이강 : 정말? 정... 말? 정.... 말...?


 - 네 돌, 이강이의 마주이야기-



  잠에서 깨어날 때 내 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잠이 깨자마자 눈도 안 뜬 상태로 오늘 뭐부터 할지 생각하며 나를 몰아붙였다. 이강이 덕분에 잠을 기다리고 잠이랑 헤어지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내가 저질러 놓은 하루 동안의 생각 찌꺼기들을 청소하느라, 한 시도 가만히 못 있고 움직여 대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내 몸뚱이를 쉬게 하느라 수고 많았고, 더없이 고맙고 고맙다- 잠아!

  내가 나를 더욱 아끼면 잠도 나에게 얼른 다가오고, 천천히 떠나겠지- 잠이 머무르기를 원하는 편안한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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