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재기 발랄한 활동가-
나의 MBTI는 ENFP이다. 교류분석을 공부한다는 사람이지만 MBTI도 이해 정도는 해두고 싶었다. 나의 주의는 바깥으로 향하고 있으며(E), 직관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며(N), 많은 일을 정에 이끌려 결정(F) 내린다. 그리고 행동양식은 매우 즉흥적(P)이다. ENFP, 재기 발랄한 활동가- '창의적이며 항상 웃을 거리를 찾아다니는 활발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
원장이라는 본업이 있지만 휴가를 내거나 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강의를 자주 나가는 편이다. 사업비가 책정되어 있는 대학의 특강이나 모양새가 있는 자리에 강의를 나갈 때에는 연차휴가를 쓰고 형식상 강의비를 받는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어린이집의 원장님께서 부모를 위해 또는 교사를 위해 강의를 요청하실 때에는 재능기부, 자원봉사의 형식으로 달려간다. 물론 이 또한 연차를 쓰거나 근무시간 이외에 이루어진다. 본업을 흐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
지난 2023년까지는 정말 열심히 강의를 다녔다. 강의를 나갈 때마다 간단하게 기록을 남기는데, 그 횟수와 시간을 세어보니 주 40시간 근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이 평일만 활용하여 일구어낸 성과치고는 꽤 대단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재기 발랄한 활동가가 마음속에서 한껏 나를 부추겼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밖으로 나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뭐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함께 소통하며 어울리자!' 하는 마음으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고 일정을 잡았다. 물론 우리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서도 '재기 발랄한 활동가'의 설침은 빠질 수 없었다. 매달 부모교육 워크숍이 정기적으로 열렸고, 매주 화요일은 졸업생 및 재원생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개인상담도 예약을 받아 운영하였다. 그렇게 ENFP의 젊은 원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활동하고 강의하고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브런치북 '원장엄마의 사십춘기' 7화에 부모님들과 함께 소통하고 활동한 추억들을 기록해 두었고, 8화에는 교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갔던 상황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2024년! 올해는 원장님들과 매월 만나 교류분석 학습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 내용은 10화에 기록해 두었다.
07화 7. 우리 매달 만나요! (brunch.co.kr)
08화 8. 교사들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해! (brunch.co.kr)
10화 10. 우리도 매달 만나줘요! (brunch.co.kr)
이렇게 천지사방으로 다니며 뭔가를 해야만 직성에 풀리는 나는, 주 40시간의 족쇄를 스스로 풀어버리기로 마음먹었고 반년 뒤면 퇴직을 할 예정이다. 퇴직 후에 진정 재기 발랄한 활동가가 되어하고픈 거 다해보며 살아볼까 한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재기 발랄한 활동가가 원장으로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해 볼 수 있을까? 활동가가 관리자가 되려면 직관(N)을 감각(S)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정확하고 철저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어렵다. 나는 철저하게 미래지향적이고 영감과 육감에 의존하며 신속하고 비약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완벽한 N이다. MBTI는 직업이나 진로에 대한 방향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인 것 같다.
ENFP인 나는 그래서 어떠한 글을 쓰고 싶은가?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주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론과 실제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글이다. 이론은 책에 있고, 실제는 현장에 있다. 이 사이에 있을 법한 것들을 브런치에 쓰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집에서 20-30분 거리의 임랑으로 종종 나들이를 나간다. 해수욕장이 아닌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텐트를 치고 반나절 정도를 보내다 오곤 한다. 거기서는 출렁이는 바다와 바다 저 끝의 수평선도 볼 수 있고, 넓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저 멀리 푸른 산도 볼 수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사는 게도 관찰하고 유유히 헤엄치는 민물고기인지 바다고기인지 모를 물고기들도 만난다. 바다도 아닌, 산도 아닌! 바다이기도며 산이기도 한 중간즈음의 그곳이 좋았다. 글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론과 실제의 사이 즈음에 있는 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초임교사로 근무를 할 시점에는 이론과 실제가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다. 유아교육과에서 3-4학년때 배운 책들은 대부분 '유아 OO교육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으나, 한 학기를 배워도 도대체 그 이론과 실제라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물론 지금은 이론 또한 실제에 근거해서 나온 것이며, 이론을 근거로 한 실행들은 아동의 발달을 적절하게 돕는다고 순순히 생각한다. 제법 많은 경험을 통해서 그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질적연구로 석사 논문을 쓰면서도 많이 깨달았고, 대학에서 4학기 동안 여러 과목을 강의하면서 이론에 적합한 사례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다 보니 연결이 많이 되었다. 그 결과 나는 과거의 나처럼 이론과 실제를 각각 따로 인식하는 교사들에게 이론과 실제가 만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피아제나 비고츠키, 듀이를 들먹이며 아이들의 놀이를 설명한다고 유별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교류분석 이론으로 관계를 설명한다고 피곤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이론과 실제를 창의적으로 잘 연결하여 풀어야 한다.
7월 12일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브런치북을 두 권이나 발행했다. '원장엄마의 사십춘기'는 30대 중반에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이 되고 워킹맘으로 보낸 지난 5년을 기록한 에세이이고, '강이의 마주이야기'는 아들과 나눈 세 돌 반에서 다섯 돌 반까지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인생철학을 기록했다. 두 브런치북 모두 교류분석의 철학을 근거로 하여 내가 경험한 삶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떠나 내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나에게는 이론과 실제가 만나는 지점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삶의 재미가 될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나 자신과의 문답을 통해 내가 나를 알아가고 성장하기 위함이라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론과 실제가 연결되는 창의적인 경험과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이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정리하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래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