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두란 Aug 06. 2024

내가 읽고 싶은 글

경험, 허가, 친절


  지난 글에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면 이번에는 독자로서 내가 읽고 싶은 글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나는 이러한 글을 좋아한다.


  첫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한 작가만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그러한 이유로 최재천 교수님의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라는 책을 좋아한다. 국립생태원이라는 조직을 관리하면서 정립한 경영 철학을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물학자로서 경영을 바라보는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글은 최재천 교수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관리자로써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배울 점도 정말 많았다.

  

  둘째,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겁주는 글보다 무언가를 해보라고 허가하는 글이다. 독자를 몰아세우는 글보다 독자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글을 좋아한다. 이러한 책도 한 권을 꼽아보라면 모리스 샌닥의 '히글티피글티팝'이 있다. 모든 것을 갖춘 제니라는 강아지가 경험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나 또한 새로운 경험을 위한 출발에 용기와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무엇이 더 좋을지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자율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기본이 된다. 안전하게 정도를 걷기 바라는 노파심이 담긴 글보다는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생각과 감정을 판단 없이 바라보고 행동으로 옮겨보라는 허가를 주는 글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물건을 줄이세요.', '집착을 버리세요.', '현재를 즐기세요.'라는 메시지로 가득 찬 글보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물건을 사세요.',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패한 삶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아요. 현재의 소소한 성공들이 모여 가장 나다운 나를 이룰 거예요.'와 같은 허가의 메시지가 꾹꾹 눌러 담긴 글을 만나길 원한다.


   셋째는 쉬운 말로 쓰인 글이다. 어려운 용어를 용어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작가만의 쉽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이야기해 내는 글을 좋아한다. 글을 읽는 독자에게 위화감이나 피로감을 주지 않으려 애쓰는 작가의 친절한 마음을 존경한다.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아마도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글과 대사가 쉬우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정리하자면 나는 경험과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 있고, 용기와 허가를 주며, 친절하고 어렵지 않은 말로 쓰인 글을 좋아한다. 나 또한 그러한 글을 쓰는 사람이고자 한다.


  어떤 글을 읽는 걸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쓰고자 했는데, 글을 쓰고 보니 어떠한 방식의 글쓰기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최근에 내 글을 읽은 지인들로부터 전해 듣거나 직접 들은 피드백 중에 두 가지가 정말 기분 좋고 감사했다. 하나는 나의 사고방식을 글을 통해 익힐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었고, 하나는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나의 글을 다시 읽으며 내가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지 들여다보게 되고, 나 스스로에게 허가를 주며 치유를 경험한다. 그걸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알아차렸다니 너무 대단하고 감사하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글을 통해 들어다보고 자신의 삶에 반영해 보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이끄는 것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나를 돕는 일이 남을 돕는 일까지 될 수 있다면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ENFP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