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할 때 유의하는 점들
초보 작가인 나는 퇴고에 매우 공을 들인다.
글을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수첩에 낙서를 하며 기획을 한다. 그다음 브런치를 열고 긴 호흡으로 단숨에 적어 내려 간다. 초고를 완성한 다음에는 글을 다시 읽어보지 않고 브런치 서랍에 저장을 해둔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저장된 글을 이면지에 인쇄하여 퇴고를 시작한다.
퇴고를 할 때 유의하는 점은 잔소리 같은 문장을 삭제하거나 긍정적인 허가의 문장으로 바꿔 쓰는 것이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문장을 지우고 나면 글이 좀 부드러워진다. 처음부터 그렇게 쓰고 싶지만 글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과열되어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따뜻하고 부드러운 글이 나오지는 않는다.
쓴소리와 잔소리를 지우고 나면 다음은 불필요한 문장을 찾아서 지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이지만 앞뒤 문맥상 지금 필요한 말이 아니라 생각되면 과감하게 지운다. 주로 이런 문장들은 아는 척을 좀 하고 싶어 집어넣은 것들이다.
종이를 펴두고 퇴고를 거듭한 다음 브런치에 저장된 글을 다시 불러와 수정한다. 그러고는 독자의 관점으로 읽고 또 읽으며 매끄럽지 못한 단어들을 고치고 만족스러운 지점이 오면 맞춤법 검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 또 하루이틀이 지나 다시 읽어보고는 최종적으로 글을 발행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연재 브런치북인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을 발행해오고 있다.
대략 비율로 따져보면 기획에 30%, 초고에 20%, 퇴고에 50%를 할애한다. 글쓰기 수업을 들어보았거나 글쓰기를 돕는 참고서적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내 나름 중요한 글을 쓸 때 지켜왔던 습관이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기획이 끝나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고민 없이 거르지 않고 써 내려간다. 그다음 오랜 시간 퇴고를 통해 글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내가 쓴 글이지만 퇴고를 할 때에는 냉철하게 평가하고 수정하는 편이다. 나는 남에게는 관대하나 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편이라 내 글을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 있다. 내 기준에 만족이 될 때까지 퇴고를 거듭한다. 내 마음에 든다는 것은 적정한 수준에 이르렀다기보다는 단순히 자기만족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내 능력과 내 수준을 능가할 방도를 모르겠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수준을 능가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만족시키는 수준까지 퇴고를 거듭하는 것이다. 몇 차례 퇴고를 거치다 보면 '아, 이제는 더 못 고치겠다. 이 정도면 그래 괜찮은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온다. 그때 퇴고를 마치고 발행을 준비한다.
글쓰기를 하면서 이것은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할 수는 없다. 점수를 매길 수도 없다. 글은 글마다 다 의미가 있고, 그것은 매우 주관적이라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다. 글을 한 편씩 발행할 때마다 나 자신을 이기는 기분을 느낀다. 매우 기분이 좋다. 생각해 보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 본 기억이 드물다. 언제나 경쟁해야 하는 대상이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이것은 철저하게 혼자만의 레이스임을 깨닫게 된다. 자율적인 삶을 살고자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취지에 걸맞은 멋진 취미생활을 찾은 샘이다. 나를 이기는 것이 타인을 이기는 것보다 몰입도 있고 흥미로운 일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퇴고는 나에게 초보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소거시켜 주는 장치이자,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중요한 과정이었다. 인생도 글쓰기와 같이 실패와 실수를 손보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임을 믿고 시원하게 달려보고자 한다. 틀릴 것이 두려워 머뭇거리기에는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