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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온 뒤 맑음 >

by 예솔

< 비 온 뒤 맑음 >


“오늘까지 비가 내리다가 내일부터는 맑을 전망입니다.” 우리가 일기예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멘트입니다. 혹시 우리 인생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생각 또는 도저히 그칠 줄 모르는 장마가 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몇 년째 마음에 장마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이 우중충하고 세상이 회색 빛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내게 ‘비 온 뒤 맑음’이 있긴 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이 비가 그치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질까 기대가 됩니다. 비가 막 그치면, 자연 본연의 푸른색과 풀잎, 흙의 내음들이 도드라집니다. 제 인생의 비가 막 그치면 저만의 본연의 색과 내음들을 풍기며 나라는 사람을 세상에 알리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잠시 동안 우리가 어릴 때를 생각해 봅시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를 풍덩풍덩 뛰어다닐 때를 떠올려 봅시다. 우리는 왜 밖에 비가 오든, 마음에 비가 오든 더 이상 즐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까요? 우리 한 번 우비, 우산, 장화도 없이 맨몸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감정에 흠뻑 젖어보는 건 어떨까요? 쫄딱 젖을 때까지 온몸으로 즐기고 나면 마음의 비가 그리 밉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까? 깊게 파인 마음의 상처를 홀로 돌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제가 좋아하는 글귀로 당신을 위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자책을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자책을 그만두기 위해 스스로를 용서합시다. 그동안 충분히 아파하셨습니다. 과거의 상처는 충분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상처는 결국 당신을 죽이지 못했고, 오히려 당신의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행복을 허락할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의 마음속에 빼꼼 튀어나온 구름 사이의 무지개가 보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곧 맑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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