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뒤늦은 리뷰-먹먹하다

by 글라라홍

만일 내가 종교가 없어서 올바른 기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최악의 경우까지 갔었을 수도.

자괴감에 빠진 상태가 더 오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 부장이 회사를 나오고 여러 가지 실패를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눈물겨웠다.

일부러 본인이 다니던 회사 주차장에서 세차일을 하면서 본인의 자존감을 테스트해보려고 했던

김 부장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하지만 그때 김 부장은 돈도 필요했고, 또 스스로 떨어진 자존감이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해 볼 기회도 됐었을 것이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일종의 테스트. 그리고 이 시선을 버티면 나는 무슨 일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벌써 10년이 지났다. 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현대홈쇼핑.

15년을 다녔던 직장에서 쇼호스트들 중에 오래된 국산 중형차를 타는 쇼호스트는 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때 한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선배님은 왜 차를 안 바꾸세요? 바꾸실 때도 된 것 같은데.."

이렇게 대답했었다. ' 나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나도 바꾸고 싶을 때가 있지. 대부분 외국브랜드 차를 타는데.. "


회사에서 나오는 과정 중에 이 경험은 내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

그동안 쇼호스트들이 계약을 끝내고 나갈 때 갑자기 사라지기 일쑤였다.

밤늦게 짐을 빼가든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

그래서 그 뒷모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더 슬펐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다.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길이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생에 또 다른 앞 날이 있을 텐데.. 15년 다녔으니 졸업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마지막방송을 졸업식처럼 즐기며 나왔다. 많은 동료와 피디들이 내 마지막 방송 때 꽃을 들고 와서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마치 졸업파티 같은 분위기로.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몇 군데 얘기가 되었던 회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고, 내 안에서는 초조함, 불안함이 엄습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기도를 하며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선택되는 분위기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어떤 결정을 할 때도, 말과 행동을 할 때도 자존감이 낮은 행동을 했었던 것 같다.

리포터, mc, 쇼호스트는 피디에 의해서 배정되니까.

물론 처음부터 주체적으로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길들여져 있었다.

김 부장 드라마에서 백상무가 김 부장에게 하는 이 대사처럼.

'언제까지 수업검사, 성적검사 맡듯이 나에게 이래...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야지'

과거의 나를 보는듯했다. 을의 자세.

김 부장만큼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허세도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많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이 드라마의 원작자 송희구 작가는 새벽에 지하철 첫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서, 출근 시간 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면서 내실을 키웠다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나 유튜브를 보면 정말 내실이 단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멘탈 강!!


자아를 찾아가는 김 부장의 모습이 웃프기도 하고 참 먹먹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찾아가는 그 모습에서 희망이 보여서 좋았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김 부장 가족 모두가 아픈 경험을 토대로

더 행복해질 것 같다는 미래가 보여서 훈훈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는 다른 성장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느낌.

매 순간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채우는 그 느낌.

불안과 초조보다 감사가 더 많은 시간들.


흔들렸을 거예요.감사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없었더라면 저는 더 많이 흔들렸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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