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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영

by 나땅콩




높이 걸려 호탕한 미소

횡격막을 덧댄 대나무

곧추세워 도드라진 척추

옆구리를 물어 흔드는 대구

생채기로 굳어버린 좌판 가오리

창과 방패로 누운 전장(戰場)이었다


아래턱이 꿰일 적에 많이 아프셨겠네요?


어물전의 덩이마다 반사되는 윤기들

도마와 칼날을 말아쥔 핏방울

아가미를 던질 때마다 덜컹대는 플라스틱 양동이


얼마나 가벼워져야 그런 몸으로 바뀌나요?


퇴각명령이 나뒹구는 참호

감성돔의 지느러미를 뚫는 총탄과 소음

먹물 속에 세발낙지와 입 벌린 조개들

진군가로 휘몰아치는 학도병의 화염

허공 아로새긴 친구의 동공


하필이면 눈 덮이는 추운 날에 가셨나요?


잔을 워 잔을 비우는 계절

어린것들을 데려가는 바람이 불어서인지

올봄 꽃이 유난히 좋았다


그가 오지 않는 계단 너머 낮달

나를 본다

춥다, 가슴이라도 여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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