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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충 이

by 나땅콩







온몸이 털로 둘러 쌓여

어디론가 정신없이 달려가는 애벌레,


본다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서

그 여러 개의 다리가 품은 발걸음에

나는 묻어 있었다


징그럽다며 소스라치는 여인과

주름 많던 노인의 무표정에도

저 가시 돋쳐 꿈틀대는 움직임의

딱딱한 바닥이

보는 내내 닿았을 것이다


별 바라는

떡갈나무 무수한 잎새들과

늪을 에이는 갈대와

커다란 바위 밑을 헤엄치며

몸을 불려 가는 물고기들이

꾹꾹 다져 놓은 그동안을

길이 되게 눌러 앉히는 방법도

결국에는 보는 것이다


보는데서

돌처럼 딱딱한 것들 일지라도

나중이란 유연한 물결을 만나 움직인다

용케도 다른 것으로 옮아간다


이렇게

다리를 건너가는

천연덕스러운 행인이 되고

서로의 중심을 조율하여 순간을 완성한다


이번에의

그대와 나는 동그랗고 새하얀 구멍을 통해

어깨를 으쓱대며 가로지른다


그와 동시에

우화를 끝낸 나비 떼가 꽃밭을 날아다니고

전생을 삐걱이며 구르던 바퀴들이

밭고랑을 지나 마을어귀로 돌아오고 있다


이렇듯

본다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


나는 그대를 들어 올리며

멈춤의 사이를 미끄러지며 그네를 탄다


가만히 흔들리는 그대도 거기 있는가

길의 중심을 비껴가는 어스름에

눈을 감고 누우려나


여기는

그대의 가슴을 열어젖히는 횡단보도

명멸하는 파란 신호등이 아득히 깜박여도

그대와 나는 건너지 않는다

여전히 마주한 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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