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중쉬어!
줄을 선 입학식,
교장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어린이 여러분,
손을 사용하는 못된 습관은 버려야 해요
앞으로, 공부는 입으로 해야만 하는 거예요
그래야 착한 사람이지요
일이라는게 그래,
모든것이 지나고 나서야 분명해지지,
그때 사달이 난 거야
우리의 손은 뒤로 묶였다
코 끝에 굳은살이 박여갈 때
조숙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부리가 돋아났다
선생님은 두들기고 찢고 물어뜯어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며 자나 깨나 숙제를 내주셨지
숙제를 하지 않은 우리는 매를 맞으며 웃었다 시험을 치른 대가로 성적표를 받았으며
인주로 박힌 부모를 모셔와야 했다
다음날 아침,
몇몇은 자랑스러웠거나 거짓말쟁이가 됐다
도둑질을 하거나 아무 도장이나 문질러 서툰 위장을 한 사기꾼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나의 점수를 몰랐다
분리와 비교의 상처에서는 우열의 진물이 흘러나왔고 이내 딱쟁이가 앉았다
어른들은 별거 아닌 듯 지났다
다들 그렇게 크는 거야,
그러는 사이, 고학년들은 바지와 치마단을 손보고
뾰족한 발톱으로 서로를 밀어내며 격돌했다
줄을 세워 자랑을 했으며 비하를 일삼다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장막 뒤에서 나오곤 했다
얼룩진 피를 닦아낸 흔적도 보였는데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는 무수히 많은 방을 가진 고층 아파트였고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서 등교해야 했다
더 좋은 위치에 방을 배정받으려면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했으나
불량한 친구들은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조르거나 남몰래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적발될 때마다 우리 모두는
불볕아래 운동장에 불려 나가 교장선생님의 오랜 훈화 말씀을 들어야 했다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참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더 큰 날개를 가진 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야 해요
교문 밖으로 누군가 실려나가고 위태로운 소식이 들리는 날엔
희망은 너희를 죽이는 케이지라는 금지된 노래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유용한 것으로 변할 것 같은 시간을 견디다가
어느덧 고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얼굴에 난 긴 털에 가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가끔 소각장 담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헝클어진 깃털의 친구와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들이 지나는 길목에 노을이 물들었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서러워졌다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닫힌 철대문 밖으로 손발이 묶인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 밤에는 다락방에 할머니가 바늘귀가 보이지 않는다며 실과 바늘을 건넸다
고리짝 안으로 여러 가지 색실로 짜낸 장갑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열개의 현이 가슴으로
닿아있어서 노란 달빛의 선율을 연주했다
등이 가려워 뒤채다 잠이 깨면
누군가가 내다 버린 곰인형이
바람소리를 내며 울었다
나는 몽유병을 앓는 환자처럼
양팔로 끌어안은 유년의 기억을 데리고 밤거리를 헤매었다
톡. 톡. 톡.
손끝, 체온으로 느껴지는 그리움들..
나는 그렇게 웅크린 검은 새,
도로 위에 차갑게 식어가는 짐승의 살을 발라 먹는
까마귀이거나 구석에 숨은 날개로 두 눈을 가린 박쥐처럼 밤하늘을 날아다닌다
처음부터 그렇기로 한 것이 이 세계의 질서라며 스스로를 속여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