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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 증

by 나땅콩







조각달이

별무리를

유영하는 우주선처럼 떠있는

유리구슬 공터에는

마른 덩굴을 공 굴리는 바람이

자식을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로 머물렀다


삼베옷과

대나무지팡이를 든 까마귀의 요령소리

거리를 휩쓸고

쌀알갱이 새 걸음 박히던 날

어른들은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였다


밤들이 지나는 동안

서걱대는 싸락눈이 오래도록 내렸고

들창문이 흔들렸으며

쥐굴에서는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산파가 다녀간 문지방 너머

고추와 숯이 걸리던 금단의 시절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서넛의 아이들이 흔들어대는

지문의 골짜기에서 나온다

유리구슬을 쥐고 펴는

불꽃으로 인하여

요동치고 발현하며

각인되다가

사리가 든 보석함을 닫는다


안과 밖은

외줄기이자 낭떠러지

쌍둥이 별이 둘로 나뉠 때마다

침묵의 음역에서는

외계의 소식이

단전으로부터 올라온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노인들은

지구의 가장 낮은 구멍으로

굴러 들어간다


두귀의 중심을 연결하는

돌이 구른다

몸을 흔들어대는

녹슨 철대문 위로

별똥별은 스쳐간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흔들어 어지럽게 하는

수백억 광년 너머

귓속의 경고가 낯설지 않다


모든 것들이

지구의 자전을 따라 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아이들을 불러 모아 유리구슬을 나눈다


연습을 해야겠지만

이대로에 내가

무척이나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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