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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다가

by 나땅콩




지난밤, 뒤통수와 귀 언저리가 가려운걸

참으면서 잠을 잤다

중간에 깼다 자려니까 다시 근질거렸는데 귀찮아하며 긁다가 어찌 잠들었다

아침에 이대로는 아니지 싶어

물을 적시고 비누로 문대고 늘 그래왔듯이

머리 감는데

거품 아랑곳 않는 산발귀신

형형한 눈빛 같은 거,


장롱 밑 바퀴벌레처럼

고욤나무 등뒤 떨어지는 도토리처럼

헤드라이트 불빛 질러가는 로드킬처럼

구름 지난 뒤 흩어지는 빗방울처럼


손톱날을 세운 자동(自動) 손놀림

시원하게 아프지 않게 개운하도록

비벼 흔들어 일으켜주는 이 적당한 힘


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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