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가까이 붙들고 있는 글이 있다
들고양이를 적어보려는데 쉽지 않다
애초, 설렁설렁 킥킥대려던 게 뚝뚝 끊어지더니 볼품없는 몸통으로 남았다
버리려는데 아까운 생각이 차츰 스민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덧칠을 하다 보니 더욱이 형편 없어졌다
디밀었다
뭔 뜻인 줄 대번 아는 여인은 성가신 듯 글을 끌어간다
커피 몇 모금을 마시고 나서 묻는다
"어때"
"머리 아프다"
일시에 '두통'이란 단어로 치환된다
그러고 보니 '발행'에 앞서 늘 요청하는 최종절차가 이젠 지겨울 만도 하다
그럴 거면 그만 보라고 만류했다
내버려 두라며 눈을 흘긴다 이러한 행동마저도 성가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득 돌이킨다
머리의 통증이 권태가 되고 그것을 이어받는 수동과 피동이 골칫거리로 바뀌는 과정
모습의 간격들은 금세 징검다리로 옮아간다
뿐만 아니라
여인과 나의 마음을 적확하게 지정할 단어가 너무나 모호하다는 생각 또한 빠르게 지난다
여인이 남은 커피를 홀짝이며 말한다
"어떻게 저런 걸 쓸 수가 있지 보기에도 힘든 글을..
끝까지 읽기에도 힘든데 그걸 쓰는 사람이라니.."
한두 문장만 더 썼더라면 저 여인을 능히 토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머쓱함과 자책이 한순간에 고개를 든다
문득 어제의 일을 슬며시 꺼낸다
"사골 육수 반만 가져오라고 했잖아?"
여인이 그게 뭐 어쨌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한가득 가져왔더구만"
"사실 가져간 그릇에 반인지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용기에 반인지가 무지하게 헷갈렸다"
여인의 눈빛과 입술이 흔들리는 걸 보지 않고도
무얼 말하려는지 나는 이미 안다
초능력이 생긴 까닭이다
하기야 삼십 년 세월이 무언들 모를까?
지인들이 여인을 편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잖은가!
수능이 지나고 매운 계절이 오면 가끔씩 납득하게 된다
내가 선생님이 되려 교원대학 입구에 섰을 때
그 발걸음을 돌리게 한 것은 신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일 거란 확신이다
그 푸르른 나이에도 그랬듯이 난 여전히 세상이 내는 질문에 정답을 찾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질문을 찾는 과정이 답이라는 생각과
아예 답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견고해진다
심지어 질문도 답도 그렇고 그런 거라는 혼돈이 나를 참여하라고 멈칫댄다
오우! 이제 그만, 이런 나 때문에 나 조차도 머리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