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만 눈코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도 보고 듣고 먹을 줄 안다
무척 심심한 날에 권태의 개수를 셀 줄 알고
잡히지 않는 언덕에서 해 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바람
등을 구부려야 잠드는 낭떠러지 좁은 구석
땀을 쥐는 심장을 도려내어 소주고리 눈물 고일줄을 안다
길이 돼주는 몸처럼 생각도 아낌없이 내어준다
얕게 고개를 숙이거나 잘게 구부린다
치사량을 녹이는 입을 오물거리며
남길 것은 아래로 아래로
아흔아홉의 백천만 배 수직의 방들에 엘리베이터를 보내
낙엽 지듯 낙숫물 스미듯 채운다
밑바닥을 항시 덥혀대는 쿰쿰한 열기
한바탕 꿈은 거친 숨을 몰아 쉬어
운지의 역방향을 거슬러 허공 굴뚝으로 들어간다
내가 당신을 바라볼 적 생각은
어둠 속 흔들리는 꽃잎이라서 당신과 나를 연결한다
당신이 얼마만큼 가까이 있는지
늙지 않고 그대로 머무는지 내게 보여준다
드디어 우리는 섞이고 맨발로 으쓱으쓱 물결 위를 걷는다
생각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나는 옷에 묻은 흙과 먼지를 털어내고 옹달샘 맑은 물에 손을 씻긴다
여울로 흘러드는 문지기의 의자에 나란히 앉아
들뜬 호흡을 쉬어가며 맨살을 쓰다듬는다
집을 떠난 수증기가
구름여행에서 돌아오는 보슬비인 것에 미소 짓는다
우주선을 타고 은하를 유랑하는 나그네의 자격으로
켄타우로스 왕국에서 보낸 초대장을 드는 점등인,
아침마다 세상이란 책을 펼치는 노래,
당신에게 닿으려는 붉은 실을 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