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 세
밤중에는 가릉가릉
고양이처럼 소리를 냈네
자칫하면
폐결절이 암된다는 소견 숨기고
연기 피우며 죽으려다가
되려 죽기 살기로
담배 죽였네
애인 없는 바람둥이로 지나온 두해
눈물 머금은
세상풍경은 어지럽기도 하여
혈압을 쟀네
산 지 얼마 안 된
독일제 기계는
이별보다 아픈 건 사랑이라
가슴팍을 후비네
못 보낼 묵은정을
들킬까 봐 감추는데
감추는 걸 또 들키게 하네
아내는
병원이 무슨 은행인 줄 아나
보증금이 올랐으니
건강진단받자 하네
삭세 대신 술 끊으라
사망선고 내리시네
술 대신에 나를 끊지
술도 끊고 나도 끊어보시지
눈물보다 진한 술이 흐르네
이참에
술 없애고
나머지를 살아볼까
아내라는
길 밖으로 내쫓길까
그때까지 버텨나 볼까
오오오
술 땡기네
잠 안 오고
괜스레 혈압 오르네
삭신이여
가는귀먹은 주인이여
술 안 뜨는 달동네로
이사할까요
아님
술병 하나 차고
집도 절도 없이
방랑길을 떠날까요.
***불판 위에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는 형님은 상추에 고기와 마늘을 얹고 술잔을 들라 했습니다
보름이 지났노라 잔을 물렸습니다
입안 가득 오물거리는 상추쌈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거~술 끊는 거 쉽지 않은데...
암만, 그렇고 말고요!
펼친 상추에 고기와 마늘 그리고 청양고추 같이 매운 노동의 하루와 생이라는 고단함을 돌탑처럼 쌓아 우걱우걱 씹고 나서 술 대신에 맹한 물 한잔을 들이켰습니다
술이었으면 몸이 더워졌을 텐데, 으스스.. 한기 같은 것이 명료하게 번졌습니다
사람아!
술은 끊고 붙이고 그러는 게 아닌겨
그냥 지금 안 마시면 끊은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