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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러 려 니

새 해 소 원

by 나땅콩






그러든가 그러는 적에

비켜가고 안아주면서 미워하지 않으면서

홀로 두지 않게

그대에 닿아서 몽글몽글해지고 둥싯해지면서

그대로 묶여서 새로이 맺어지면서

그대라는 폭풍과 해일있는 그대로인 척 속일지라도

그대라는 포용이 녹아내려 원래대로 이어갈 수 있게

그대라는 어두움이 빛은 아니어도 빛의 근거임을 알아볼 수 있게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는 적에

그랬고 그럴 거란 한숨들이 주먹을 펴고

손뼉 치면서

귀를 막는 많은 말들이 고요를 향해 날아오르고 헤엄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포기 아닌 수용으로 다양해지게

넘어지는 일들이 줄을 서는 순서가 되게

기다림의 방법으로 정착을 하게


그건 그거지 그러는 적에

오해가 소통이면서 슬픔이 위로이면서

외롭고 심란한 것들이 고독으로 치유되면서

나름을 인정하면서 비관으로 욕되지 않으면서

침묵으로 호통을 치면서

마땅히 문제 삼아도 별일은 일어나지 않으면서

결핍은 채우지 못할지라도 만족하면서

작은 촛불이 만개의 등불로 남아있게

상처는 채 아물지 않아도 고통으로 일그러지지 않게

문밖을 서성이더라도 찬바람 춥지 않게

아예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게

행여 죽더라도 나머지로 되살리게


그건 그게 아니지 그러는 적에

기준 없는 뻐쩡다리로 뛰어들면서

전봇대처럼 뻣뻣하지만 물버들 보다 낭창대면서

눈물 나게 웃다가 풀리면서

양보 같은 회피를 하면서 포기 같은 도전을 하면서

아주 헤어지지 않는 작별을 하면서

정열이면서 의지이면서 태도이면서 신념이면서

그 모든 것이 총동원되어

그러려니 하면서,


그도 저도 그러려니 그나저나 그러려니

까닭도 이유도 아무렇게나 그럴 수 없는 것들이

그럴 수도 있다는

우연인 듯 내게 오는 귀한 손님

자유라고 우기게

이 정도면 평화라며 넘어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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