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포비아~ 우리 집 식단이 바뀌었다
퇴원 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식이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고 들었는데 난 내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퇴원 전 몸무게가 56kg..... 난 이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나기도 전에 몸무게가 계속 빠지더니 51kg가 되었다;;;;
양이 줄었다지만 열심히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먹고 나서 재도 몸무게가 빠져있다;; 당황스러웠고 앞자리가 바뀔까 봐 걱정이 된다....
집에 와서 며칠은 죽 제조기로 죽을 끓여 한동안 먹었다. 야채와 불린 쌀 조금... 버튼만 누르면 죽이 완성되었다. 야채와 쌀을 기본으로 전복, 닭가슴살, 계란, 두부 등 계속 단백질을 바꿔가며 먹었다.
처음에는 죽만 먹다가 진밥을 먹었다. 부드러운 계란찜과 생선도 쪄서 먹고.... 가지, 호박, 토마토 등 야채와 두부를 기름 없이 찌고 껍질을 벗겨 약간의 소금이나 간장을 뿌려 먹었다. 너무 간이 없는 건 먹기 힘들었다.
닭가슴살 끓인 육수에 배추와 다양한 버섯들을 샤브처럼 푹 익혀 가슴살과 같이 먹었다. 푹 익혔지만 가위로 야채의 섬유질을 가로로 끊어 꼭꼭 씹어 먹었다.
국물은 아직 패스다.
멸치를 푹 우린 물에 호박, 감자, 양파, 당근 표고 등 갖은 야채를 뚝배기에 넣고 된장을 담갔다 뺀 듯 조금 넣고 자작하게 된장향 야채찌개를 끓여 건더기만 먹었다. 간이 심심하니 맛은 없었다. 칼칼한 고춧가루 좀 넣었으면.....
먹는다고 먹는데 몸무게가 계속 빠져 결국 암환자식 뉴케어를 한 박스 주문했다. 온갖 영양소가 빼곡히 들어있다. 중간중간 마시니 기운도 나는 거 같고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아침을 빵으로 간단히 먹는 신랑, 난 아침을 안 먹고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마셨었다. 아이들은 아빠 따라 자연스럽게 식빵에 쨈을 바르고 우유와 먹거나 시리얼을 먹었었다.... 안 먹고 가는 것보단 낫겠지 했는데... 이번에 아예 싹 치워버렸다.
아이들에게 흰 빵에 잼이라니.... 신랑은 못 고친다고 해서 저당쨈과 무첨가 땅콩잼으로 합의보고 아이들은 아침에 계란찜이나 삶은 계란, 간단한 주먹밥과 사과나 토마토를 챙겨주었다. 음식에 설탕을 잘 안 넣게 되었다.
너무 유별스럽다고...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다 먹을 테지만 그래도 몸에 안 좋다는 건 내 눈앞에서라도 줄여야 맘이 편하겠다.
병원에 있을 때는 밥도 다 챙겨주고 내 몸만 챙기면 되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내 몸도 챙겨야 하고 가족도 챙기랴 현실은 배로 힘들다... 그래도 이걸 기회삼아 내 건강도, 우리 가족 건강도 챙겨야지.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