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절제 후 회복식 8주, 유아기로 바뀐 입맛~

이게 이런 맛이었다고?

by 어느날 문득

벌써 위절제 이후 퇴원한 지 8주가 되어간다. 퇴원하고 집에서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하는 회복식. 처음에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어려웠는데 이제는 좀 감을(?) 잡고 이것저것 잘 챙겨 먹고 있다.


예전에는 맛을 내려고 맛술, 굴소스, 간장, 설탕 등 양념을 아낌없이 썼었다. 설탕을 넣었지만 윤기를 위해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추가했고... 온갖 맛있는 레시피에도 설탕가득이라 그래도 되는지 알았고 또 맛도 아주 맛있었다.


회복식을 하다 보니 사실 이전 음식들보다 아주 심플하고 만들기도 간단하다. 기름으로 굽는 대신 찌거나 삶고 양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잡곡밥 1/3 공기, 두부나 계란 고기 등 단백질 하나와 야채반찬 2~3가지를 챙겨 먹는데 나는 맷돌 기능을 하는 위 하부가 없고 바로 소장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대신 입에서 꼭꼭 씹어 먹고 소량으로 먹고 있다.


회복식을 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수월하게 잘 먹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기존 먹어왔던 입맛이 있는지라 먹으면 안 되는지는 알지만 너무 먹고 싶은 게 많아 위기가 많았다. 신랑이 끓인 라면... 냄새만으로 미친다. 결국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씹고 뱉었다. 각종 음식 충동이 너무 힘들었다. 자주 씹고 뱉고 자괴감에 시달렸다. 밤마다 먹방유튜브를 찾아봤다. 먹방 유튜버분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그런데 회복식을 먹으며 하루 이틀 지나니 입맛이 점차 바뀌는 게 느껴졌다. 쌀 5 잡곡 2 현미 1로 밥을 하는데 잡곡밥을 꼭꼭 씹으니 톡톡 터지는 식감도 좋고 단맛도 느껴지고 반찬도 간을 살짝만 해도 그렇게 심심하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 짜장면처럼 힘든 순간도 계속 온다ㅎ. 얼마 전에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 아들이 비 x식혜를 마시고 있었다. 내 가 한때 너무 좋아했던 음료수... 식혜는 나름 건강음료지하고 너무 맛보고 싶어 뱉자 하고 혀만 댔는데.... 세상에 너무 역하게 달아 깜짝 놀랐다.

꿀을 그대로 입에 넣으면 이런 느낌일까. 매운 음식 마니아였는데 매운 음식에도 혀가 아주 민감해졌다.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했더니 몇 달만에도 입맛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너무 신기했다. 입맛에 변하면서 가족들 반찬도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


반찬을 저염으로 해서 내가 먹을 반찬을 먼저 덜고 나머지에 양념을 추가해서 만들고 있는데도 신랑은 반찬들이 맛이 없단다 ㅋㅋ 아무 맛이 안 난다고. 하지만 덜 짜게 덜 맵게 이게 맞는 거 같다. 신랑도 곧 익숙해질 거야~ 같이 건강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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