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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형학교

19화 - 학교장의 학생 교육

요즘 학교에서는 담임 맡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연합니다신학년도가 되면 담임을 맡길 선생님을 정하느라 교감이 고생하는 학교가 많습니다선생님 개인의 편익만 따진다면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자세를 비난하기 힘듭니다학생들도 컨트롤하기 힘들고 학부모의 요구도 많고 하니(학교장 때문에 담임을 맡지 않으려 하지는 않습니다진짭니다!). 물론 담임수당이란 이름의 경제적 보상이 있지만담임을 맡으려는 선택을 경제적 측면으로 이끌어 내려면 훨씬 많은 수당이 필요할 겁니다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담임을 균등하게 맡는 내부의 룰이 존재합니다그런데막상 담임을 맡지 않으면뭐랄까 약간 절반만 교사인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그래도 교사란 직업은 학생들과 지지고 볶고, 교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을 지향하도록 훈육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담임을 맡지 않으면 그런 것이 없으니 편하기는 하지만 약간 밋밋한 교직생활이란 느낌이 듭니다마치 군대에서 지휘관의 어깨에 달린 푸른 견장이 주는 의미와 비교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학교장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있습니다학교장의 역할이라는 것이 선생님들을 지원하여 교육 성과를 내는 것이지학교장이 직접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직접 교육하는 것은 아니니까요그렇다 하더라도 학교장이라 하여 왜 직접 하고 싶은 교육이 없겠습니까예전에는 월요일마다 운동장에서 전교생을 모아 애국조회라는 것을 하곤 했는데그 자리에서 학교장이 긴 훈화를 하던 것을 생각하면 학교장의 심정을 알 수 있지 않을는지요? 잠시 옆길로 빠지는 이야기인데제가 다닌 고교에서는 애국조회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여러분들은 훌륭하게 성장하여 국가사회 발전에 공헌하여야 한다.’라는 것이었는데지금도 카랑카랑하던 노교장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재미있는 얘기는 고교 동기들과 얘기해 보면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을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더군요. ‘굽은 소나무가 마을을 지킨다.’는 옛말이 맞는가 봅니다쭉쭉 성장한 친구들은 국가사회의 큰 일꾼으로 각자의 과업을 마쳤고굽게 성장한 저는 제 생활 주변을 지킨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기억이 정신적 상처의 딱지가 아닌가 합니다이제 학교장의 학생에 대한 직접 교육인 학교장의 학생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학생에 대한 직접 교육을 구상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생각했습니다선생님들의 교육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가급적 선생님들이 관심을 덜 갖는 부문을 보완하는 방향에서 실시하자고처음에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징계받은 학생에 대한 면담과 전출입생 면담입니다학교도 사람이 사는 조직이니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이 필요하겠지요선도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하는데처분 중에는 교사 면담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그 면담을 제가 많이 했습니다짐작하시겠지만징계를 받은 학생이 징계 결과를 수긍하고 반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억울하다는 주장을 많이 합니다속이 터지는 경우가 많지만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혼을 내면 학생은 마음의 문을 닫고 !’만 하고 면담을 마치니 살살 달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지요일단은 학생이 욕하는 대상을 함께 욕해줍니다그러면 학생이 슬쩍 제 눈치를 보면서 오히려 욕하던 사람을 살짝 두둔하기도 하더군요착해 빠진 녀석 같으니라구이때부터 조심스럽게 이성적인 대화를 해 나갑니다어떤 때는 운동장을 돌면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교실에서 친구들이 창밖으로 지켜보니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학교장과 독대하는 그런 존재라 생각해서인지 매우 감격하기도 하더군요ㅎㅎㅎ... 

    

전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얘기하여 전입과 전출 학생은 반드시 학교장 면담을 하도록 했습니다무슨 특별한 얘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 같은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두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나네요교감을 할 때 무지하게 속을 썩인 학생이 있었는데학생 아버님과도 몇 번인가 통화를 하게 되더군요퇴학 직전에 몰리게 되어 제주에서 일하던 아버님이 학교에 와서 그 학생을 제주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이야기를 나누고 교문까지 아버지와 학생을 배웅해 드렸습니다그날 밤에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더군요많이 신경 써 주셨는데 자퇴를 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교문까지 배웅해 주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했다고하긴 그 학교는 교무실에서 교문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먼 학교이기는 했습니다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아버지는 검게 탄 얼굴에 굵은 팔뚝을 가진 분이었는데그분 인상을 보며 그 학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는 두 번째 근무교에서의 일입니다전입생에 대하여는 전입 올 때와 전입 1개월 후에 면담을 했습니다. 특별한 얘기보다는 의례적인 당부와 관심을 표하는 정도이지요어느 날 전입 1개월 면담을 약속하고 기다리는데 학생이 안 오더군요. 점심시간 후반에는 테드 지도를 해야 하는데결국 그날 점심을 굶었습니다약간은 야속하고 서럽기도 했지만… 누가 강제로 시킨 일도 아니고 제 신념에 따라 하고자 했던 일로 발생한 일이니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만약 누군가가 시켜서 점심시간에 면담과 테드 지도를 하느라고 밥도 못 먹었다면 얼마나 서럽고 열받는 일이겠습니까?   

  

두 번째 학교에 부임하여 보니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려 식사를 하더군요식당에 입실하기 전 몇 분간의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까 생각하다가식당 입구에 전자게시판을 설치하고 1주일에 한 편씩의 교훈글을 게시했습니다식사 전의 그 짧은 시간마저 학생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 잔인한(?) 조치란 생각도 들지만식사 전에 가볍게 생각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교훈글의 내용은 선생님들 공모를 받아 제가 선정하여 제시했습니다이런 경우 곤란한 점은 협조하는 분이 적다는 사실보다도 제출된 교훈글 중 선정하지 않는 것이 있을 때그 글을 제출한 분에게 미안한 것이지요. … 그래도 꿋꿋하게 제가 정한 기준에 맞는 교훈글을 게시하곤 했습니다아래는 제가 올린 첫 교훈글입니다저는 교육활동에서 이 글귀를 늘 되새기곤 합니다.          


혹시 한우협회에서 학교에 한우를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가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저도 젊은 영양교사가 얘기하여 알게 되어 응모를 했는데그 해 당첨되더군요한우 점심을 맛있게 하고 생각해 보니 한우협회가 고마웠습니다협회 홈피에 감사글을 올리고 담당 직원에게 고맙다는 전화도 했습니다담당 직원이 감사 전화를 받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고마워하더군요제가 그런 전화를 하는 것은 개인적 미담을 만들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나름 사회 전반으로부터 교육계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얻는 방법이란 생각을 해서입니다남이 어떻게 생각하든오늘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제 신념이라서요(쫌 훌륭한 신념 아닌가요? 쓰담쓰담!). 가만히 생각하니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표현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식당 입구에 전지 사이즈로 아래와 같은 글을 게시했습니다          


진보적 교육관이 확산되어 그런지요즘은 집단 내에서는 우수함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판단입니다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우수한 업적을 낸 학생에 대한 공개적 시상이나 칭찬을 삼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수긍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이런 학교풍토가 자칫 역차별이라든가개인의 노력과 성취에 대한 가치부여에 인색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하더군요저는 이런 부분을 고민하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학업 등 개인적 노력과 재능에 기반한 시상은 교장실에서 해당 학생을 불러 실시하고모범상과 같은 덕성 관련 시상은 방송으로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한다.’라고이런 원칙에 따라 1년에 3회 실시되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초우수학생이라 칭하는 학생들을 교장실에 모아 간단한 격려행사를 갖곤 했습니다다른 학생의 질투심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개인이 거둔 성취와 노력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초우수학생 격려 행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주로 하곤 했습니다. ‘여러분이 더욱 분발하여 전국적인 순위를 높여야만여러분을 지켜보는 급우들도 여러분을 따라 열심히 공부하여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공부라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나의 노력이 친구들을 분투케 하여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공부의 훌륭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또한 오늘의 결과가 여러분의 노력만이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의 행운임을 이해한다면겸손하게 행동하고 학업태도 측면에서는 모범을 보여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학교가 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라고요아래는 교장실에 초청된 2학년 초우수학생 자료입니다                     



학교 내외에서 평등에 대한 강한 압력을 느낍니다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특혜 또는 차별에 대한 반감이지만그 내면에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흐름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이러한 정서는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깔려있는 정서가 아닌가 싶습니다여기에는 남에게 지지 않으려 하는 경쟁심과 자존심도 한몫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저는 이러한 평등에 대한 열망이 사회는 물론이고 학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평등에 대한 열망이 개인을 격발케 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사회적 강자의 횡포에 저항심을 갖게 하며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지를 보내게 하는 근원적 힘이 되게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요이 열망은 학교 운영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학생에게 과도한 자원이 몰리는 것을 저지하고끊임없이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판단입니다.    

 

다만학교교육에서 평등에 대한 과도한 압력은 개인적 노력과 성취에 대한 가치부여를 방해하고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이는 개인의 지속적 성장을 단절시키려는 학교교육에서의 압력으로 작용함은 물론이고학교의 자율적 운영에 혼선을 가져오는 후과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첫 학교에서의 약간은 특이한 경험을 소개합니다부임 첫 해에 학교장에 대한 교원평가 내용을 살펴보는데서너 분이 A4 용지를 꽉 채운 의견을 주셨더군요대체적인 내용은 학교장이 우수한 학생들만을 우대하고 격려하여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물론 이런 비판에는 저의 이력을 곁들여 나름의 분석과 비판을 하시지요성적우수자를 교장실로 불러 격려행사를 하는 것에 대한 이의제기라고 이해했습니다용틀임도전단(13화 참조)이나 대학생멘토링(10화 참조)과 같은 평범한 학생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열심히 추진하는데그런 점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하더군요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교원평가에서 학교장에게 A4 용지를 꽉 채운 의견을 보내는 성의를 생각하면의견을 주신 분도 저의 학교운영에 대하여 아쉬움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하여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고민을 주위에 얘기하면제가 겪은 사례를 염려하여 우수한 학생이든 부족한 학생이든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분이 있기도 한데이는 정도가 아니겠지요나름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내가 갖지 못함에서 오는 상실감은 내가 혜택을 받는 데서 오는 만족감보다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닌가 싶고이를 극복하는 것은 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여 해소하는 측면도 있지만개인과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는 생각입니다그 이후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우수학생 격려행사 등의 필요성과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하여 설명을 했습니다그런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흔쾌히 인정하지는 않겠지만그래도 무슨 음습한 학교운영이 아님을 이해해 주리라는 기대를 가져보았습니다제가 많이 부족한 부분이지만리더는 구성원의 다양한 심리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때론 담백하게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려는 덕목을 길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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