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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20. 2023

을순이 동생 이순이

여행갈때 같이 쓰려고 뜬 모자쓰고

 내 이름은 을사년에 태어났다고 乙順이다. 두 살 아래 동생 이름은 또 딸이라고 二 順이다.


 어렸을 때 내 별명은 여우였다. 동생의 별명은 곰상이었다.  똑순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달동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남편(추송웅)은 아내에게 곰상이라 부르며 구박했다. 그럴 때마다  아내(서승현)는 남편에게 맞서지 못하고  주둥이를 쑥 빼고 편직을 짜며 화를 풀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똑순이 엄마라고 불렀다. 그 똑순이 엄마를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이었다.


  동생은 나 보다 머리 하나만큼 이 더 컸다. 늘 껌딱지처럼 내 옆에 붙어서  졸졸 따라다녔다. 나 보다 체격이 큰 만큼 힘도 셌다. 어쩌다가  싸우게 되면  동생은 내 멱살을 잡아 마당에 내동댕이치곤 했다. 그래서 난 동생과의 몸싸움은 가능한 피했다. 대신에 여우라는 별명에 맞게 꾀로 동생의 화를 돋웠다.

결과는 늘 어느 구석으론 가 내동댕이 쳐졌다는  것이었다.

 

 같은 유전자를 받았지만 을순이는 엄마의 붕어빵이고 이순이는 아버지의 붕어빵이다.

 스무 살이 넘도록 내게 언니라는 소리를 안 했다. 내가 스물두 살 때 어느 날이었다.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고 사무실 직원이 전했다. 그때 나는 서울에 있었고 동생은 고향인 마석에 있었다. DDD 공중 전화기로 했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내일 일요일인데  뭐 할 거야?"
그날따라 동생의 야!라는 호칭이 신경질 나게 귀에 와서 콱 박혔다.
"그런데 어! 언제까지 내 이름 부를 거야? 언제쯤 나한테 언니라고 할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르고 동생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송수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딸깍!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또 한 번 딸깍하는 소리가 건너오고 아주 느리게 "어어언니"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 동생의 생일이 이틀 전이었다. 일산에 사는 동생은 생일 때 내려갈게 미역국을 끓여 달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갑자기 닥친 한파로 길이 미끄럽다며 내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전화가 왔다.
  "여기 진천 지나고 있는데 뭐 사가? 송어회 사 갈까? 통닭. 아님 피자?"
 "너 뭐야?"
 "오늘 아니면 올해 언니 얼굴 못 볼 거 같아서."
 "지랄이여. 밭에 배추 있으니까 쌈 싸 먹게  두루치기용 고기랑 느그들 먹을 거 사와."
을순이는 동생 이순이와 밤 열 두시가 지나도록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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