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Dec 20. 2023

작업실에서 보낸 하루


  동생은 한 번 내려오면 삼 사일씩 묵어 가곤 했다. 전 날 언니랑 형부가 보고 싶다며 갑자기 내려오더니 하룻밤만 자고 간다고 했다. 더 있다 가라고 했지만  언니와 형부 얼굴 보러 온 거라며 아침만 먹고 이내 떠났다.
 아쉬운 마음으로 동생을 배웅하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미루고 미루던 슬링백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 코 앞에 닥쳤다.
 재능기부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뭔가 만드는 일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손만 바쁘고 집중되지 않았다.
1. 우선 뭘로 만들지 적당한 원단부터 찾아야지.
   아들이 입지 않는다며 버린 청바지를 꺼내왔다.

2. 패턴을 보고 만드는 순서를 생각해야지.
   조각조각의 가방 패턴부터 살폈다.
3. 가위로 청바지 옆선을 잘라 분해했다.
4. 패턴을 대고 재단을 시작했다.
5. 재단한 조각천들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6. 복잡하리란 작업 과정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두 가지의 방법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만든 것은 안감과 겉감을 따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지퍼를 달고 안감과 겉감을 합복하는 방법으로 완성했다.
이 방법은 지퍼 달기가 상그러웠다. 안감과 겉감사이를 시접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지만 따로 움직였다. 좋은 점은 안감에 바느질이 보이지 않아 깔끔했다.


 두 번째 방법은 지퍼를 먼저 달았다. 안감과 겉감을 따로 만들어 연결했다.  바느질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힘이 있고 안정적이었다. 안감에 바느질 자국이 그대로 보여 지저분했다. 세 번째 만들 때는 바이어스로 감싸서 만들어봐야겠다. 그런데 시접이 두꺼워 작업이 만만치 않겠다.
 


 처음 만든 가방에 앞부분이 허전한 것 같아서 두 번째는 십자수 강아지를 달았다. 강아지는 큰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 수놓은 것이었다.
열쇠고리를 만들어 내게 주었다. 오래되어 고리가 깨졌다. 고사리손의 정성이 아까워  가지고 있다가 달아보니 아주 맞춤이었다.

 2024년 1월 초에 재능기부하는 친구들과  필리핀으로 봉사여행을 가기로 계획되어 있다. 이 슬링백은 그때 같이 가는 회원들에게 하나씩 선물할 계획이다. 아직 더 만들어야 하는데 오늘도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을순이 동생 이순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