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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21. 2023

계속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이것이 문제로다


 이틀째 작업실에서 살고 있다. 전 날 만든 가방을 만들려면 청바지가 더 필요했다. 입다가 버리기 아까워 창고방 서랍장에 넣어 두었던  청바지를 모두 꺼내 왔다.
어제 만들어 본 경험으로 고민은 사라졌다. 가위를 들고 바짓가랑이 사이를 거침없이 잘랐다. 스팀다리미로 구겨진 천에 뜨거운 김을 팍팍 싸 주었다.
패턴을 대고 눈대중으로 1센티 시접을 가늠해서 가위질을 했다. 세벌 만들 분량의 재단을 끝냈다.
 이번엔 안감에 보이는 바느질 실밥을 숨기기 위해 바이어스로 감싸기로 했다. 시접이 두꺼워지는 것을 감안해  앞 뒤판의 안감만 누비천을 사용하기로 했다. 옆 부분은 힘이 없어 처질 것을 감안해 심지를 붙여 보완하기로 했다.
 다리미에 열을 이용해 실크심지를 천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바느질은 머리에 입력된 순서대로 조각조각 이어 붙였다.
 가방끈을 만들려고 曰자 고리를 찾았다. 서랍에 몇 개 더 있는 걸로 알았는데 고리가 없다. 엊그제 주문한 고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작업을 멈출 수는 없다. 작업실에 있는 서랍을 모두 뒤져서 한 을 찾아냈다. 다시 바느질은 계속되었다.

 마무리로 안감에 바이어스 작업만 하면 된다. 두꺼운 부분에 바이어스를 싸는 작업은 힘들고 귀찮아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은 작업이다.





바이어스를 말아 주는 기능을 하는  랍바

 랍바를 이용하면 수월하겠지만 두꺼운 천은 어림없다.  결국 손에 송곳을 들고 씨름하는 방법밖에 없다.
마지막 작업을 하기 위해 주변에 지저분한 시접은 오버록으로 박아서 깔끔하게 다듬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네 시를 훌쩍 넘어 저녁밥 할 시간이 되었다. 바느질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을 순간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무리는 저녁을 먹은 후에 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두께를 줄였지만 역시나 작업은 쉽지 않았다. 아니 귀찮다는 게 솔직한 감정이겠다. 다 박아 놓고 보니 깔끔해서 보기는 좋다. 하지만 앞으로 일곱 개의 가방을 더 만들어야 한다. 계속 바이어스 싸는 작업을 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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