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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22. 2023

도마뱀의 명복을 빌어요.



 지리산 자락에도 삼일째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두메산골이 고향인 나는 남쪽 지방의 추위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한파라는 요즘 겨울다운 날씨를 실감하고 있다. 며칠째 가방을 만드느라 작업실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오후 세 시경  마당에 있는 두 마리의 개와 집 뒤에 있는 닭들에게 사료를 주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개 집으로 가서 사료를 주고 물그릇을 살폈다. 물그릇의 물은 얼어있다. 물을 먹으려고 혀로 핥았는지 두어 군데 구멍이 파여 있다.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물조리를 찾았다. 물조리는 수돗가 근처에 있는 앵두나무 아래에 있다.  허리를 숙여 물조리를 잡고 일어서다 멈췄다. 앵두나뭇가지에 퍼런색의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집 외벽에 페인트 칠을 했는데 나뭇가지에 떨어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물체를 걷어 내려고 아무 생각 없이 손을 가져갔다. 물체의 끝을 잡는 순간 물컹하는 느낌이 손 끝으로 전해졌다.
나뭇가지의 느낌이 왜 이러지? 생각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순간 온몸의 세포가 뾰족뾰족 솟아났다. 내 손가락이 허벅지로 빠르게 내려갔다.
손가락 끝을 허벅지에 쓱쓱쓱 문질러 닦았다.
다시 내 눈이 그 물체를 천천히 살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마뱀이었다. 크기로 봐서는 아직 어린 새끼 같았다.
 왜 여기서 죽어 있는 걸까? 아마도 철없는 도마뱀이 생각 없이 나왔다가 추위에 놀랐을 것이다. 따뜻한 곳을 찾다가 하루종일 해가 드는 돌담 앞 앵두나무가 있는 곳까지 왔을 것이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몸을 녹이다가 밤이 되었겠지. 추위에 갈 곳을 잃고 그대로 얼어 죽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추위에 떨었을까? 나는 집으로 들어가 집게를 가지고 나왔다. 호미로 텃밭에 흙을 팠다. 집게로 집어서 묻어 주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춥지 않은 곳으로 잘가라고 도마뱀의 명복을 빌었다.

 

 갑자기 산골의 골바람이 눈발을 날리며 훽훽 불어왔다. 풍경이 도마뱀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울어댔다.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넘게 쓴 글이 올라가지 않고 사라졌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허망한 마음에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었다. 다시 써? 그냥 포기해? 잠깐의 갈등을 느꼈다. 결국 나는 생각을 다듬어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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