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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24. 2023

남편이 웃는다

실내 온도를 22도에 맞춰 놓았는데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 집을 지을 때 단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지간히 추워서는  바닥은 차가워도 보일러는 돌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돌아가는 걸 보니 전국적으로 한파라는 게 실감 났다.



  새벽 5시, 거실문을 열고 호흡을 깊게 하며 바깥공기를 살폈다. 코로 느껴지는 새벽의 찬 공기가 맵다. 이 추위에 남편은 출근해야 한다.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남편은 다른 반찬 필요 없다며 김치찌개에 밥 반공기를 비웠다. 물을 마시며 '입추가 언제쯤이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남편은 어느새 봄을 기다리고 있나 보다. 하기사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하려면 얼마나 추울까? 추운 날은 쉬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두 달 정도는 푹 쉴 텐데 일 있을 때 해야 한다며 출근했다.



 





에도 추위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들오들 떨며 일하고 있을 남편이 걱정되었다.
추운데 일하기 괜찮냐고 문자를 보냈다. 남편은  깡통 안에서 나무가 타고 있는 사진을 보냈다.
불타는 사진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나는 하루종일 작업실에서 가방을 만드느라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잠깐 밖에 나가면서도 모자와 장갑을 챙겼다. 그래도 추운데  밖에서 하루종일 있던 남편은 얼마나 추웠을까?  

 산골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을 때쯤 남편이 돌아왔다. 나는 마당에 서서  주차를 끝내고 차에서 내리는 남편을 기다렸다. 양손을 배꼽에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했다.
"다녀오셨습니까?"
남편도 허리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예! 잘 다녀왔습니다."
나는" 추운데 일하느라 고생했어."라며 남편을 안았다.  쑥스러운지 '옷에 먼지 묻어!'라며 허허허 웃었다.  남편이 웃었다. 머쓱해진 나는 남편의 손을 날름 잡으며 함께 웃었다.  거친 일을 하느라 투박해진 남편의 손이 차갑게 전해졌다.  차갑게 식은 남편의 손이 안쓰러워 더 꼭 잡았다.



 예치골에는 눈이 새색시처럼 수줍게 내리고 있어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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