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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an 05. 2024

집을 비운 사이




 연말에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소엽난부터 살폈다. 매일 분무기로 물을 주는데 한동안 주지 못했으니 얼마나 갈증이 났을까? 분무기로는 갈증이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아 물을 흠뻑 주려고 화분째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나무 부스러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집을 떠날 때  깨끗이 치우고 갔는데 이게 뭘까?  쭈그리고 앉아 모양을 살피던 내 눈은 문틀을 타고 올라갔다.

 

  문틀 끝부분에 잔해가 보였다. 조금 더 위를 살펴보니 날카로운 무언가에 긁힌 흔적들이 있었다. 나는 남편을 불렀다.

이리저리 상태를 살펴보더니 쥐가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지붕으로 올라가서 주방 환풍구를 살폈다. 다시 주방으로 들어온 남편은 환풍구 밑에 폼을 싸서 틈새를 막은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했다. 그 구멍을 통해 쥐가 주방 천장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시끄러운 소리에 나갈 수 있다며 연신 천장을 두드렸다.  다시 지붕으로 올라가 아직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환풍구 구멍에 파란색 알약을 넣고 구멍을 메꿨다.

 그날 밤은 조용해서 쥐가 나갔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늦은 밤에  물을 마시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행방을 찾으니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천장에서 쥐는 나가지 않은 것 같았다.

천장의 구조상 쫓아내려면 나무루바를 뜯어서 구멍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남편은 그러면 일이 커진다며 다시 환풍구 구멍을 조금 뚫어 놓고 며칠 기다려 보자고 했다.

 쥐는 어젯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아직 잘 살고 있다며 생존신고를 했다. 나는 천장을 향해 소리 질렀다.

 "야!  쥐새끼야! 여기 내 집이거든!  아침식사로  파란색 과자 넣어 놓았으니 맛있게 먹고 빨리 떠나라!"

우리가 집을 비운사이  쥐가 무단침입을 했다. 그리고 제 집인 양 행세를 하고 있다.

'어떻게 나가게 하지? 약 먹고  천장 안에서 죽으면  어떡하지? '심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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